중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연휴를 마치고 1월 31일 개장한 국내 주식 시장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는 ‘딥시크 쇼크’가 “AI 산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AI 경쟁이 더 본격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술력을 갖추면 대규모 인프라나 자본 없이도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주가 급락
‘딥시크 쇼크’로 AI 대장주 엔비디아 등 관련 글로벌 기업의 주가가 크게 변동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반도체 업계의 주가는 하락했다. 1월 31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1월 24일)보다 2.42%(1300원) 하락한 5만2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3.7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연휴 직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월 31일 전 거래일보다 9.86%(2만1800원) 내린 19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11.8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이런 주가 약세는 단기적일 것이란 전망도 많다. ‘딥시크’의 성능과 개발비용이 과장됐을 것이란 주장과 데이터 무단 수집 의혹 등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이번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AI 경쟁이 본격화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AI 서비스는 상승세
반도체와 달리 AI 서비스 기업들은 상승세를 탔다. 1월 31일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6.13%(1만2500원) 오른 21만6500원에, 카카오도 7.27%(2600원) 오른 3만8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동안 AI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게 힘겨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중국 스타트업이 이를 극복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AI 스타트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딥시크는 최근 선보인 추론 모델 ‘R1’이 오픈AI의 추론 모델‘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섰다고 밝혔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개발비용이다. 딥시크는 최신 버전 개발에 투입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80억 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빅테크의 최신 AI 버전 투자비용의 2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미국 정부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목적으로 개발한 저사양 칩 ‘H800’을 사용해 개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