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바디감’이 충만한 작품이었다. 속으로 쑥 들어왔는데, 꽤 묵직하다.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근미래(정확히는 2084년)의 이야기이다. AI(인공지능)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를 가전제품처럼 살 수 있는 시대. 보험회사 직원 한시로와 그의 애인 오미나는 ‘차 한 대 값’을 지불하고 한시로의 DNA를 바탕으로 제조된 안드로이드 ‘아오’를 구매한다.
‘두 명’의 인간과 ‘한 대’의 안드로이드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한시로가 아오에게 불법으로 의식생성기를 장착하면서 이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다. 자신을 주인 한시로로 착각한 아오는 오미나와 함께 있는 한시로를 살해하고 도망치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갖게 된 아오는 경찰에 체포돼 폐기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 로봇 법 전문 변호사 호윤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로봇 법에 의한 무조건 폐기처분이 아닌, 인간과 같이 형사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것. 호윤표와 아오는 경찰청 소속의 변호사 서인구에 맞서 AI 판사 앞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다.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음악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만한 작품이다. 작곡가 겸 음악감독인 장소영은 드라마의 뼈대에 음악의 살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뼈의 성분으로 음악을 갈아 넣었다. 그 결과 이 작품에서 음악은 넘버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대사로 기능하는가 하면, 배우의 감정을 축약하고, 층층이 쌓여가는 드라마가 견고하도록 접착시킨다.
고스란히 녹아든 장소영 특유의 스타일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귀에 콕 박히는 멜로디의 정밀하게 계산된 반복. 멜로디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반복의 심리적 타이밍을 잡아채는 장소영의 능력은 언제 보아도 신기에 가깝다.
‘인간의 법정’에서는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를 떠올리게 하는 기법도 눈에 띈다. 라이트모티브는 특정한 등장인물,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짧은 주제선율인데 예를 들어 아오의 간절함을 표현한 멜로디가 반복 상향하는 데 반해 반대편 변호사 서인구의 단호함은 하향 멜로디로 대비된다.
이 두 개의 짧은 선율은 대사와 함께 사용되는데, 이로 인해 열 마디가 요구되는 대사를 두 세 마디로 압축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극적인 효과까지 강화했다.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지니고 있는 주제와 메시지의 무게감이 있어 웹툰 보듯 슬렁슬렁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 조광희와 연출 김정한은 이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를 막판의 반전과 폭발로 해결하지 않는 대신 장면들을 벽돌 쌓듯 촘촘하게 올려간다. 장면과 장면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고 우직하게 끝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작품의 엔딩이 주는 충격을 흡수하고 이해와 고민을 쥘 수 있게 해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해 안정감을 준다. 박민성(호윤표 변호사)과 김승용(서인구 변호사)의 연기는 묵직한 베이스처럼 극의 하체를 붙잡아 준다.
아오 류찬열과 오미나, 카운셀러의 1인 2역을 연기하는 이상아의 연기가 신선하다. 류찬열은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오가며 미묘하면서도 때때로 극단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 공감을 끌어냈다. 이상아는 한시로와 함께 할 때의 오미나, 카운셀러 때의 부드러운 모습과 상반된 법정에서의 오미나를 관객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잘 연기했다.
아오와 카운셀러의 이중창 ‘그대에게 의지해도 될까요’는 이 작품의 넘버들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다. 류찬열과 이상아의 미성이 카피와 바닐라크림처럼 달달하면서도 쌉쌀하다.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객석을 떠나기 전 관객의 손바닥 위에 물음표 하나를 올려놓는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어냈다. 이제 묻는다. 안드로이드 아오는 과연 ‘당신의 법정’에서 유죄인가, 무죄인가.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대로컴퍼니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







![[단독] ‘마약 혐의’ 비아이, 서바이벌 프로 MC로 방송 복귀](https://dimg.donga.com/a/158/89/95/1/wps/SPORTS/IMAGE/2022/10/24/116118252.2.jpg)






![소유진, ‘방송복귀’ ♥백종원과 투샷 공개…여전한 부부 케미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1/15/133164240.3.jpg)






![사쿠라, 실크 드레스 입고 우아美 폭발…은근한 볼륨감까지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1/16/133169543.3.jpg)









![‘논란 또 논란’ 박나래 인터뷰 공개 후폭풍…임금·전세대출 해명도 도마[SD이슈]](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1/14/133152254.1.png)

![블랙핑크 리사, 섹시 터졌다, 골든 글로브 파티 올킬 [DA★]](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1/14/133153761.1.jpg)
![소유, 10kg 감량후 물오른 비키니 자태…찍으면 다 화보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1/16/133172519.1.jpg)

![제니, 입에 초 물고 후~30살 되더니 더 과감해졌네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1/16/133169711.3.jpg)
![사쿠라, 실크 드레스 입고 우아美 폭발…은근한 볼륨감까지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1/16/133169543.3.jpg)




![사쿠라, 실크 드레스 입고 우아美 폭발…은근한 볼륨감까지 [DA★]](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1/16/133169543.3.jpg)
![“인천공항서 50만원 날렸다”…여행 필수템 ‘이것’ 반입 금지[알쓸톡]](https://dimg.donga.com/a/110/73/95/1/wps/NEWS/IMAGE/2026/01/16/133171330.2.jpg)










![장예원 주식 대박 터졌다, 수익률 무려 323.53% [DA★]](https://dimg.donga.com/a/110/73/95/1/wps/SPORTS/IMAGE/2023/12/01/122442320.1.jp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