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아아… 사아아…
시간의 숨소리를 들으며,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무엇에라도 홀린 듯 걸었다.
붉고 거친 바위에 다닥다닥 발을 붙이고 앉은 갈매기들은 오래된 따개비처럼 보였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오후의 낚싯배, 아무도 읽지 않는, 아무 것도 닮지 않은 기암을 위한 안내문, 잊혀져가는 것보다 더 빨리 쇠락해져버린 드라마 촬영지, 한개 2000원을 외치다 결국 따분해진 아이스께끼 장수.
달콤한 섬의 냄새가 소금처럼 셔츠에 배었다.
● 바다 위 런웨이, 무의도의 주인공
인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시작된 해상관광탐방로는 800m 길이의 바다 위 런웨이다. 모델은 걷는 나, 카메라는 바람이며, 조명은 서해의 햇빛이다. 밀물 때는 데크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듯하고, 썰물 때는 거대한 갯벌이 무대를 드러난다. 세트장은 지구가 만들었으니, 사람은 그저 ‘워킹’만 하면 된다.데크 위에는 중간중간 철망 발판이 놓여 있다. 아래로 시선을 떨구면 바다가 발밑 아래로 훤히 보인다. 아이를 안고 가던 남자가 아내를 돌아보며 “난 더 못 갈 것 같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다.


왼쪽은 호룡곡산, 오른쪽은 서해 바다. 그 사이를 걷는 동안 바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바닷 물에 젖은 바위들은 사자바위, 원숭이바위, 햄버거바위, 불독바위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동물농장 특별전시관’ 같다. 이름 붙이기에 열정을 쏟은 ‘누군가들’에게 박수를. 억겁의 세월이 조각한 예술품에 인간은 귀여운 이름을 달아줬다.
바위 위에는 살아있는 갈매기들이 살아있지 않은 듯 옹기종기 앉아 있다. 졸고 있는 녀석들은 어쩐지 우리 같은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파도 소리도 알람시계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길 끝의 자갈밭에 다다르면, ‘추억의 아이스께끼’라고 적힌 노란 아이스박스가 기다린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고독하게 앉아 상자의 주인은 힘주어 “고급 아이스께끼~”를 외친다.
하나에 2000원, 메론맛을 샀다.
탐방로의 마지막 지점은 작게 접은 해수욕장 같다. 투명한 물에 발을 담그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자리를 깔고 누워 서로의 입에 빵을 넣어주고 있는 연인, 책을 읽는 중년의 남자, 소원이라도 비는지 돌탑을 쌓는 노부부. 풍경화 같은 고즈넉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차가운 맥주 한 캔이 간절해졌다.




탐방로 원형 전망대에서 바다를 향해 난 망원경을 들여다 본다. 수평선 끝, 배 한 척이 묵묵히 지나간다. 바다 위엔 낮별이 가득하다. 햇빛이 한가득 뿌려지고나면, 뒤늦게 달려온 파도가 숯불에 김을 굽듯 구겨버린다.
낮의 소란함이 가라앉고, 바다는 순식간에 붉은 홍조를 띤다. 데크를 걷는 사람들도 띄엄띄엄해진 시간. 가을색을 입은 파도의 숨소리만 새근새근하다.
안녕, 지긋지긋하도록 무더웠던 여름. 탐방로에서 바라본 바다는 내게 ‘이번 여름 참 잘 버텼어’라는 자막을 띄워주고 있었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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