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축복의 조선판 웨딩쇼, ‘청사초롱 불 밝혀라’

서울예술단이 젊은 창작진과 손잡고 새로운 한국형 창작가무극을 무대에 올린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제2회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공모전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11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개관 30주년을 맞은 국립정동극장과 서울예술단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며, 창작 활성화와 공공성 실현을 목표로 한 국립예술단체 협업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2024년 6월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낭독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뒤, 다섯 편의 후보작 중 참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본 공연으로 개발됐다.

‘조선시대에도 웨딩플래너가 있었다면?’
이 질문에서 출발한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전통 혼례문화를 현대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조선 최초의 웨딩 전문업체 ‘청사초롱’을 배경으로, 혼례를 준비하고 축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하객·주민·손님 등의 역할로 극 중에 참여해, 잔치의 일부가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결혼 제도보다 ‘사랑받고 축복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중심에 둔 이 작품은 세대와 시대를 넘나드는 공감의 메시지를 담는다.

서울예술단은 창단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꾿빠이, 이상’, ‘금란방’ 등 실험적 창작가무극을 통해 한국형 뮤지컬의 정체성을 확립해온 단체답게 이번에도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서울예술단의 창작 노하우에 젊은 감각을 더한 결과물이다.

극작·작사 김정민, 작곡·편곡 성찬경은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야구왕 마린스’ 등에서 호흡을 맞춰온 콤비로, 이번에도 세밀한 서사와 풍부한 음악으로 극의 밀도를 높였다. 김정민은 각 인물의 욕망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엮어냈고, 성찬경은 전통 장단에 현대 사운드를 결합해 혼례의 장중함과 잔치의 흥겨움을 동시에 구현했다.

연출은 ‘비밀의 화원’, ‘유진과 유진’으로 섬세한 심리묘사를 인정받은 이기쁨이 맡았다. 그는 조선판 웨딩플래너라는 콘셉트를 연극적 미장센과 현대적 무대 언어로 재구성해 관객을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안무 송희진은 ‘데스노트’,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보여준 리듬감 있는 움직임으로 극의 활기를 더했다.

무대디자인 남경식, 조명 정구홍, 음향 권수범은 혼례 공간을 확장해 관객이 실제 잔치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의상 홍문기와 소품 이소정, 분장 이지혜는 전통과 현대 미감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서울예술단은 티켓 오픈에 앞서 캐릭터 사진을 공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윤덕(김건혜), 노들(이기완), 수두매 삼총사 임오(고석진)·이철(안재홍)·곤지(윤태호), 사촌 듀엣 양평(박재은)·가평(서연정), 로랑(정지만)·지남(김백현) 등 총 11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작품의 활기를 전한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조선 최고의 혼례 업체 ‘청사초롱’을 이끄는 행수 윤덕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혼례’를 목표로 살아간다. 어느 날 과부 어머니의 혼례를 의뢰한 노들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재가가 금지된 시대, 윤덕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의뢰를 맡기로 결심한다. 한편 청나라 상인 로랑과 역관 지남은 청사초롱을 인수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윤덕과 노들의 선택은 모두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서울예술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창작가무극 공모전의 첫 결실을 맺으며, 향후 젊은 창작진 발굴과 한국형 뮤지컬 레퍼토리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통의 혼례를 무대 위에서 새롭게 되살린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연말 극장가에서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무대가 될 것이다.

공연 티켓은 10월 17일 오후 3시부터 인터파크 놀티켓과 국립정동극장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하며, 전석 7만 원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