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향 단원의 자리를 20년째 지키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 김미연. 그는 음악가로서 자신의 계절을 ‘가을’로 정의하고 이번 독주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는 김미연. 사진제공 | 김미연
퍼커셔니스트의 독주회를 본다는 건 드문 경험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독주회가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열리고 있을 클래식 공연 풍경 속에서, 타악기 연주자가 주인공인 무대는 ‘희귀템’에 가깝다. 1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김미연의 독주회 ‘Resonance(공명)’는 그 희소성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적 경험의 확장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서울시향에서 20년간 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미연은 중앙대, 파리 국립음악원, 벨기에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05년부터 서울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벨기에 유니버설 마림바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3관왕에 올랐다.
김미연은 이날 무대에서 마림바와 팀파니를 중심으로 타악기가 지닌 ‘공명(共鳴)’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의 연주는 단지 악보를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울림이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며 관객의 내면을 흔드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공연의 문을 연 곡은 서주리 작곡 ‘Twelve Preludes for Marimba(마림바를 위한 12개의 전주곡)’. 마림바의 따스함과 나무 향이 계절의 순환을 그리는 12개의 프렐류드 속에서 흐르는 멋진 작품이었다. 김미연이 한 손에 두 개씩, 네 개의 말렛을 양손에 쥐고 건반 위를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소리를 빚는 조각가처럼 보였다. 마림바의 낮고 깊은 음역은 대지의 울림, 높은 음역은 빛의 파편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앤디 아키호의 ‘LIgNEouS I’를 연주하고 있는 김미연과 현악앙상블
이어진 앤디 아키호의 ‘LIgNEouS I’에서는 마림바와 현악 사중주가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긴장이 무대를 채웠다. 자작나무 스틱의 딱딱하고 거친 질감과 현의 섬세한 진동이 맞물려,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파동을 우려냈다.

이날 한국 초연된 페테르 외트뵈시의 ‘Thunder’에서 김미연은 팀파니 독주와 함께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타악기들의 매력을 선보였다.
2부의 첫 곡은 이날 한국 초연된 페테르 외트뵈시의 ‘Thunder(천둥)’. 팀파니 독주곡이라는 점에서부터 놀라웠다. 공연 기자로 20년 가까이 수많은 무대를 봐왔지만, 팀파니를 위한 솔로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팀파니를 말렛으로 두드리는 김미연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폭풍과 같은 강렬한 진동과 미세한 여운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렸다. 김미연은 섬세한 페달링으로 음의 높고 낮음, 공명의 미묘한 변화를 만들며 관객의 머릿속에 광활한 대지를 그려나갔다.
함께 무대에 선 연주자들 대다수가 서울시향 단원으로 김미연의 ‘직장동료’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첼로 강미사를 제외한 바이올린 웨인린·정지혜, 비올라 김대일, 더블베이스 이영수가 모두 현직 서울시향 단원들이다.

김미연의 스승 에릭 사뮈가 작곡한 ‘Destiny’를 연주하는 김미연과 현악앙상블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에릭 사뮈의 ‘Destiny(운명)’. 프랑스 유학 시절 김미연의 스승이기도 한 사뮈가 제자를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마림바와 현악 앙상블이 라틴 리듬, 바흐적 대위법, 모차르트적 유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곡은 기술적 완성도와 서정적 균형이 탁월했다. 김미연의 표현에 따르면 “그야말로 운명적으로 탄생한 곡”이라고 했다.
이날은 또 하나의 기념일이기도 했다. 김미연의 두 번째 솔로 앨범 ‘Resonance’가 공연과 동시에 발매된 것. 그는 “요즘은 CD를 ‘음반’보다 ‘굿즈’라고 부르더라. 포토카드는 없지만 저의 모든 정성을 갈아 넣었다”며 웃었다. 이 앨범에는 이날의 연주곡들이 담겨 있다.
김미연은 앙코르곡으로 이블린 글레니의 ‘A Little Prayer(작은 기도)’를 바이올리니스트 김효경과 들려주었다. 이블린 글레니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가로 놀랍게도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원래 마림바 독주곡이지만 이날 연주를 위해 김미연이 직접 바이올린과 마림바 듀오 버전으로 편곡했다. 경건한 기도처럼 무대를 마무리한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날 김미연의 연주는 ‘타격’이 아니라 ‘호흡’이었다. 모든 음은 물론 음과 음 사이의 간격, 말렛이 건반에 닿기 전의 정적, 페달이 눌릴 때의 여운까지 모든 순간이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졌다. 예술의전당을 가득 채운 울림은 소리의 공명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의 흔적과 삶의 무게로 빚은 영혼의 공명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김미연은 이 모든 울림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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