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지역 독립서점 부스 이벤트

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지역 독립서점 부스 이벤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제2회 인문문화축제’가 11월 22일과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막을 내렸다. 11월 1일부터 이어진 전국 28개 지역의 연계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45개 인문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시민들은 생활 반경 안에서 인문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시간을 경험했다.

올해 인문문화축제의 주제는 ‘다정한 존재들’이었다. 단절과 고립이 깊어진 시대에 인문이 관계의 회복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삶 속에서 인문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직접 느끼도록 기획됐다. 토크콘서트, 사례공유, 체험,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형식이 한 공간에 펼쳐지며, 인문을 어렵게 느낀 시민들도 가볍게 참여할 수 있었다.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은 인문 토크콘서트 ‘다정한 대화’였다. 사전예약이 모든 회차 매진됐고,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소방관, 작가, 배우,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단절의 시대에 서로를 잇는 시선을 공유했다. 관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이 번지는 등 적극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상담실이 아니라 토크콘서트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후기가 현장에서 들려왔다.

첫째 날에는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백경 소방관, 정시우 영화전문기자가 ‘보통 사람의 온기’를 전했다. 이어 김영하 소설가와 요조 작가는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시간’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했다. 연출가 윤혜숙, 배우 최희서, 사진작가 이훤, 극작가 김연재가 참여한 ‘나의 희곡 주머니’ 세션에서는 창작 과정의 순간들이 공유됐고, 관람객들은 “무대 뒤의 사람을 만난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둘째 날에는 양다솔·원소윤 작가와 조아란 출판마케터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법’을 주제로 청년 관객과 소통했다. 이어 장재열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경일 인지심리학자는 ‘오늘을 살아낸 너에게’에서 불안과 소진을 마주하는 마음의 언어를 짚었다. 예수정 배우, 연상호 영화감독, 이성민 방송통신대 교수는 ‘타인의 삶, 그리고 나’를 통해 예술에서 현실로 확장되는 시선을 제안했다.

모든 세션의 말미에는 자연스럽게 관객 질문이 이어졌다. 일상의 고민, 회복, 관계에 대한 생각들이 오가며 객석에서 공감의 분위기가 짙어졌다. 인문문화축제가 인문의 ‘거리’를 좁히는 장으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예수정 배우, 연상호 영화감독, 이성민 교수 ‘타인의 삶, 그리고 나’

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예수정 배우, 연상호 영화감독, 이성민 교수 ‘타인의 삶, 그리고 나’


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99박스 ‘나례:희’ 공연

제2회 인문문화축제 현장 사진 – 99박스 ‘나례:희’ 공연


사례공유 프로그램 ‘함께 여는 다정한 시간’에서는 인문이 지역과 세대에서 어떻게 실질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구체적인 기록이 공개됐다. 도서관과 문화시설이 강연과 산책, 동네 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라 동네 라운지로 바뀌었다”는 변화가 등장했고, 고립·은둔 청년이 인문 모임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한 사례도 소개됐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글쓰기와 대화를 통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말해본 적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중장년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체험 기반 활동으로 가족 대화가 회복된 경험이 공유됐다. 이어 디딤돌 인문학(한국형 클레멘트코스) 사례에서는 독서·토론·연극을 통해 수감자와 노숙인이 스스로를 다시 호명하게 된 과정이 소개됐다. 디지털 과몰입 인문치유 프로그램은 스마트폰·게임 문제를 통제의 시각이 아닌 성찰 관점으로 바라보며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함께 있는 시간의 질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DDP 잔디사랑방과 야외 공간에서는 인문을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필사 카페: 돈 대신 글을 받습니다’는 마음에 든 문장을 손글씨로 적어 제출하면 작가가 커피를 내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짧은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았다.

청년인문교실 기획전시 ‘고립과 은둔, 고독과 외로움의 방’은 청년 정서 문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냈고, 독립서점 부스에서는 북큐레이션과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돼 시민들이 오래 머물며 책을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야외에서는 전통 연희, 타악, 인디 음악 공연이 이어졌고, 가족 단위 프로그램에도 참여자가 몰렸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예약 단계에서 조기 마감됐다.

전국 곳곳에서도 인문문화축제 연계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의 독립서점 ‘근근넝넝’에서는 ‘다정한 한마디, 언제나 기억해’ 북토크가 열렸고, 희곡 전문서점 ‘인스크립트’와 함께한 ‘대!단막 희곡 낭독회’에서는 배우 박정민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창작자와 관객의 대화를 이끌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인문이 지역과 세대 전반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현장에서 인문 활동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