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가 살아 움직인다…뮤지컬 ‘몽유도원’의 꿈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 장을 여는 대작
수묵화 미학과 첨단 무대기술의 결합
민우혁·김주택·하윤주·유리아 등 초호화 캐스트
해오름극장에 이어 샤롯데씨어터 입성 확정

한국 창작뮤지컬 전통의 명가, 에이콤이 내년 한국 창작뮤지컬 지형을 흔들 새 작품 ‘몽유도원’을 내놓는다.

이번 작품은 1월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린 뒤 4월 샤롯데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명성황후’, ‘영웅’으로 대표되는 에이콤이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을 향해 기획한 대형 창작뮤지컬로, 최인호 작가 소설 ‘몽유도원도’를 무대 언어로 재탄생시켰다.

이야기는 삼국사기 ‘도미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왕 여경, 여인 아랑, 마한족 지도자 도미가 얽히며 사랑·욕망·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그린다. 원작 소설의 넓은 세계관은 무대용 극작으로 압축돼, 꿈에서 깨어난 듯한 여운과 상징을 중심에 둔 이야기로 정리됐다.

에이콤은 이번 신작을 ‘가장 한국적인 무대기술과 미학을 결합한 K-뮤지컬 프로젝트’로 규정한다. 핵심은 수묵화의 절제된 화면을 프로젝션 매핑·LED 기술과 엮어 만든 시각 경험이다. 과장된 세트 대신 여백과 상징을 앞세운 무대는 윤호진 연출의 해석이 중심이 됐다. 그는 무대·조명·영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지도록 설계해 관객이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경계선을 체감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창작진도 그에 걸맞게 꾸려졌다. 극작에는 안재승, 작곡은 오상준, 음악감독은 김문정이 참여했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기를 함께 구성해 만든 27곡의 넘버는 작품의 한국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여기에 이모셔널씨어터와 미디어아트 작가 탁영환이 무대 비주얼을 책임지고, 의상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국 고대 의상 재해석으로 호평받아 온 이진희 디자이너가 담당한다.

뮤지컬 몽유도원 캐릭터 포스터 에이콤 제공

캐스팅은 실력 중심의 초호화 라인업이다. 백제 왕 여경 역은 민우혁과 김주택이 번갈아 맡는다. 왕권과 욕망 사이에서 균열이 드러나는 인물을 두 배우가 각기 다른 질감으로 풀어낸다. 도미와 사랑의 비극을 마주하는 아랑 역에는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와 뮤지컬 배우 유리아가 캐스팅됐다. 마한족 지도자 도미 역은 이충주와 김성식이 맡아 이상과 사랑을 동시에 짊어진 인물의 내면을 표현한다.

서영주·전재홍(향실), 홍륜희·정은혜(비아)도 무대에 오른다. 권력과 대립을 그리는 귀족 ‘해수’, ‘진림’ 역은 김진수·유성재가 맡는다.

해오름극장은 한국 공연예술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작 창작뮤지컬이 첫선을 보인다는 점은 상징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후 4월 샤롯데씨어터가 두 번째 무대가 된다. 샤롯데씨어터는 해외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자리 잡아 온 전용극장으로, 순수 국내 창작뮤지컬의 입성 자체가 의미를 더한다.

에이콤은 2026년 공연을 토대로 작품 완성도를 다듬은 뒤 브로드웨이 무대 진출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윤홍선 대표는 “한국적 서정과 수묵화 미학을 동시대 무대기술과 결합해 국경을 초월한 감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몽유도원’은 1월 27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1차 티켓은 12월 5일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NOL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