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눈이 멈췄다”… 무티가 주목한 지휘자, 박근태

지휘자 박근태와 거장 리카르도 무티(맨 오른쪽) 사진제공 :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

지휘자 박근태(34)가 ‘리카르도 무티 이탈리아 오페라 아카데미 밀라노 2025’ 최종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한국인 지휘자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이 과정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세계 311명이 지원했고, 영상 심사를 통과한 10명의 지휘자가 현장 오디션에 초대됐다. 박근태는 11월 18일 프라다 재단 홀에서 루이지 케루비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지휘하며 심사위원단 앞에 섰다. 리카르도 무티(84)가 직접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최종 선발을 결정했다.

최종 합격자들은 2주 동안 매일 7시간씩 무티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세계적 성악가 크리스티안 페데리치, 이보나 소보트카, 나우엘 디 피에로와 호흡을 맞췄고, 시에나 대성당 합창단도 함께 참여해 공연의 밀도를 더했다. 아카데미는 11월 30일 프라다 재단 홀에서 열린 ‘돈 조반니’ 전막 공연으로 막을 내렸으며, 전 과정은 프라다 재단이 후원했다.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는 이탈리아 라벤나에서 2015년 출범했다. ‘팔스타프’,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맥베스’, ‘피가로의 결혼’, ‘나부코’, ‘레퀴엠’, ‘노르마’ 등 이탈리아 오페라 핵심 작품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을 차세대 지휘자에게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무티는 19년간 라 스칼라 극장을 이끌며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박근태는 2022 프랑스 드 보줴 국제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루마니아 바나툴 필하모닉 수석부지휘자를 지냈으며, 현재는 베를린 노이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이자 부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코미셰 오퍼 베를린,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 오케스트라 등 독일 주요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아테네 필하모닉, 아르메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 국립심포니 등 세계 여러 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활동 폭을 넓혀왔다.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로빈 티치아티의 브리튼 ‘루크레티아의 능욕’ 공연을 어시스트하며 오페라 작업을 시작한 그는 이후 같은 작품을 직접 지휘하며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했다. 2023 베를린 오페레타 축제에서 레하르 ‘유쾌한 미망인’을 지휘한 공연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피아니스트로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이화경향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 등에서 1위를 수상하며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며, 뉴욕 카네기홀·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등 유수 공연장에서 협연과 독주회를 이어왔다. 이후 지휘 전공으로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와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고,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오페라 코치 강사로 활동하며 지휘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다졌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