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제공 | Shin-Joong Kim/MOC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제공 | Shin-Joong Kim/MOC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공연은 늘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해 왔다. 독일 관현악의 전통이 무엇인지, 명문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1548년 설립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2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덟 번째 한국 공연을 갖는다. 지휘는 정명훈, 협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맡는다. 그야말로 ‘황금의 라인업’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독일 관현악의 전통을 상징하는 악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오랜 시간 궁정악단과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축적해 온 연주 방식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과장된 음량이나 외형적인 효과보다 음색의 정확성과 앙상블의 균형을 중시하는 점이 이 악단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휘자 정명훈             시진제공 | Matthias Creutziger

지휘자 정명훈 시진제공 | Matthias Creutziger

이번 내한 공연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명훈과의 관계에 있다. 정명훈은 2001년 처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호흡을 맞춘 이후, 이 악단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단기간의 협업이 아닌,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만들어 온 지휘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지난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는 악단과 지휘자가 공유하는 해석의 깊이를 확인하게 한 무대였다.

여기에 20대 버전의 ‘건반 위의 구도자’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선다. 임윤찬은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 디아파종 황금상,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 등을 수상하며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연주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은 독주자의 화려함보다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임윤찬의 조합이 어떻게 완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공연을 더 깊고 멀리 즐기기 위한 관람 포인트를 꼽아봤다. 첫 번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특유의 관현악 사운드다. 현악은 단단하게 묶여 있으며, 관악은 두텁지만 번지지 않는다. 각 파트가 앞서 나서기보다 전체 균형 속에서 제 역할을 수행한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이러한 특징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공연의 출발부터 악단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레스텐 슈타츠카펠레               사진제공 | Jörg Simanowski

드레스텐 슈타츠카펠레 사진제공 | Jörg Simanowski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정명훈의 지휘다. 정명훈은 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억지로 바꾸기보다, 이미 축적된 전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템포와 프레이즈는 과장 없이 이어지며, 음악 전체의 방향이 명확하게 유지된다. 이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지휘자와 악단 사이에서만 가능한 결과다.

세 번째 관람 포인트는 임윤찬의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곡에서 피아노는 독주 악기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 임윤찬의 열 손가락이 빚어내는 선율이 오케스트라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귀 기울여 듣는다면 협연의 매력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네 번째 관람 포인트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의 후반부. 익숙한 작품일수록 세부를 놓치기 쉽다. 점차 에너지가 축적되며 마지막으로 향하는 박력있는 돌진이 일품이다. 2악장의 서정적인 선율과 4악장에서 앞선 주제들이 다시 등장하는 부분은 오케스트라의 합주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안정적인 앙상블과 정명훈의 절제된 해석은 과연 청중에게 ‘신세계’를 선사할 것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오랜 전통과 해석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역사, 정명훈과의 오랜 동행, 임윤찬의 현재 위치를 함께 놓고 바라본다면 이 무대는 클래식 팬들에게 질기도록 오래 기억될 명연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