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복수가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박수 대신 법정으로 향한다. 400년 동안 우리가 눈물겹게 지켜본 비극의 주인공, 햄릿 이야기다.

7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인진홀 2관에서 총 6회 관객을 만나는 연극 ‘햄릿의 변호사’는 이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구진 연출의 신작이다.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햄릿을 법정에 세우는 독특한 설정이 관객의 호기심을 일으켜 세운다.

정구진 연출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햄릿의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왔다”라고 선언한다. “햄릿은 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분명한 살인자이기도 하다.”

복수는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작품은 이 가볍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심리 스릴러 형식을 통해 찾아나간다. 고전의 우아한 언어와 현대적인 대사가 교차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역동적인 움직임과 상황극으로 보여준다.

치열하고 위태로운 법정에서 햄릿을 구하기 위해 나선 엘리트 변호사 포틴브라스 역은 배우 김혜주가 맡았다. KBS 공채 28기 성우 출신으로 성우 경력 27년, 배우 경력 22년을 쌓은 베테랑이다. 2025년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2월에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블러디플라워’에서 주인공 우겸의 엄마 역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그는 연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재능과 실력을 보여준, 르네상스적이자 융복합형 인물이다.
202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도예가로 장려상을 받았고, 한복모델 선발대회에서는 ‘베스트미소상’을 수상했다. 유튜브 ‘해주쇼tv’ 진행과 제작에 래퍼로서 싱글 앨범까지 냈다. 지능지수 152의 멘사 회원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웹툰에나 나올 법한 ‘사기 캐릭터’로 보일 정도다.

현재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전임교수인 그는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도 평생 연기하며 노력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연기는 한마디로 ‘힐링’이다.

“함께 하는 배우도 힐링받고 스스로도 힐링받고 관객에게도 힐링을 주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힐링연기를 추구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연기와 무대를 향한 고민과 열정이 뚝뚝 떨어진다.

법정에서 피고인석에 앉을 햄릿 역은 배우 김수호가 연기한다. 죄책감과 복수 사이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필릭스 ‘지옥2’, KBS ‘빌런의 나라’, MBC ‘두 번째 남편’과 연극 ‘행오버’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실력파다.

죽은 연인이자 햄릿의 마음을 뒤흔들 오필리어 역에는 신예 이여진이 합류했다. 대학로 무대에 데뷔하는 그는 “익숙한 감정은 더욱 진실하게, 낯선 삶도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억울한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인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치열한 법정 공방이 기다리고 있다. 고전의 익숙함을 완전히 뒤집는 이 특별한 재판은 올여름 대학로를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과연 멘사 변호사는 햄릿을 무죄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재판 시작을 알리는 개정 선언을 기다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