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 ‘올빼미’를 각각 연출한 유재선, 엄태화, 안태진(왼쪽부터) 등 신인 감독들이 한국영화계의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NEW
유재선 ‘잠’·엄태화 ‘콘유’·안태진 ‘올빼미’ 등
탄탄한 완성도 앞세워 흥행·호평 두토끼 잡아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최근 스타 감독들이 줄줄이 흥행 고배를 마시고 있는 가운데 신인 감독들이 내놓은 영화가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했다. 탄탄한 완성도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영화가 감정 과잉 등을 기피하는 최근 관객들의 취향들을 간파한 덕분이라는 일부 시선이 나온다. 탄탄한 완성도 앞세워 흥행·호평 두토끼 잡아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자 이선균·정유미 주연 ‘잠’은 호불호가 강한 호러 장르에도 6일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이는 박스오피스 정상을 장기 집권하던 ‘오펜하이머’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달 18일 언론시사회 이후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낸 영화는 일찍이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영화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 감독의 이번 영화를 “지난 10년간 본 가장 유니크하고 스마트한 호러”라고 극찬했다.
‘신과함께’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와 ‘터널’, ‘끝까지 간다’ 등의 김성훈 감독이 각각 자신 있게 선보인 ‘더 문’과 ‘비공식작전’도 흥행에 참패한 여름 극장가에서는 엄태화 감독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362만 관객을 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저예산영화 ‘잉투기’,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전까지 여름 극장가의 약체로 꼽혔지만 관객으로부터 “신파를 배제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재난 이후의 상황을 바라본 영화가 새롭다”는 평가를 받으며 손익분기점(38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들뿐만 아니라 앞서 이상용 감독의 ‘범죄도시’ 2·3편, 안태진 감독의 ‘올빼미’ 등 신인 감독들의 영화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 움직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감독 등의 연출부로 내공을 쌓았던 김성식 감독은 데뷔작인 오컬트 액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천경의 비밀’로 추석 연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월에는 칸 국제영화제에 먼저 소개돼 세계 영화인들의 호평을 이끈 김창훈 감독의 첫 영화 ‘화란’이 스크린에 걸린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홍사빈)이 조직의 중간 보스(송중기)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이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