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에릭 페디가 10일 창원 한화전에서 6이닝 7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KBO리그 역대 5번째이자, 순수 선발투수로는 최초로 단일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동반 달성했다. 팀도 2-0으로 이겨 3위 싸움을 이어갔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페디는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91구를 던지며 7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의 2-0 승리를 이끈 그는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30승·220탈삼진), 1984년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27승·223탈삼진), 1985년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25승·201탈삼진), 1986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선동열(24승·214탈삼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단일시즌 20승(6패)과 200탈삼진(204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투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페디가 구원등판 없이 선발로만 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버티고, 본인이 교체된 시점부터 끝까지 팀이 리드를 지켜야 승리를 거머쥔다. 그만큼 구원등판과 비교해 승수를 쌓기 어려운데, 페디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21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20승 투수로서 자격을 입증했다.
9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9승째를 따낸 페디는 9월 26일 창원 KIA전(6이닝 1실점)과 이달 1일 대전 한화전(6이닝 3실점 2자책점)에서 모두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QS를 찍고도 20승에 도달하지 못해 좋았던 흐름이 한풀 꺾였고, 설상가상으로 어깨에 피로가 쌓인 까닭에 등판간격이 길어졌다. 10일 선발등판은 8일 휴식 후 출격이었다.
그러나 페디는 언제나 그랬듯 위력적이었다. 주말을 포함해 올 시즌 NC의 평균 홈관중(7737명)에 육박하는 7342명의 팬들 앞에서 더욱 힘을 냈다. 최고구속 153㎞의 투심패스트볼과 주무기 스위퍼를 중심으로 컷패스트볼, 체인지업까지 골고루 섞어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2회초 시속 151㎞ 투심패스트볼로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200탈삼진 고지에 오르자 엄청난 환호가 터졌다.
타선이 3회말 제이슨 마틴의 2타점 2루타로 2점을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페디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6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고, 임정호(7회)~류진욱(8회)~이용찬(9회)이 실점 없이 1이닝씩을 책임지며 승리를 지켜줬다.
정복해야 할 고지는 또 있다. 평균자책점(ERA)을 2.06으로 끌어내린 페디가 다음 선발등판에서 6이닝 이상 버티며 실점하지 않으면 1.99의 ERA로 시즌을 마친다. 20승, 200탈삼진에 1점대 ERA까지 달성하면,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순수 선발투수로 단일시즌 20승과 1점대 ERA를 이룬 이는 여태껏 없었다. 구원투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20승과 1점대 ERA를 동반 달성한 이는 1985년 롯데 최동원과 1986, 1989, 1990년 해태 선동열,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 김현욱 등 3명뿐이다.
창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