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팀이 전국체전에 꾸준히 참가한 데는 최상영 재일대한체육회장의 공로가 크다. 수십년간 꾸준히 재일동포 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최 회장은 “재일동포선수들의 전국체전 출전은 궁극적으로 한국체육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포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전국체전에는 국내 각 시·도와 더불어 해외동포 선수단도 참가한다. 이들은 개인전에선 국내선수들과 경쟁하고, 단체전에선 해외동포끼리 실력을 겨룬다. 올해 제104회 대회에선 전체 49종목에 3만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해외동포는 18개국에서 온 1470명이다.
그 중 우리와 가장 인연이 깊은 팀은 재일동포팀이다. 1953년 재일대한체육회 창립 이후 70년간 매년 고국을 찾아 경기장 위에서 모든 것을 불살라왔다. 올해 대회에도 10개 종목에서 122명의 재일동포선수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이 수확한 메달은 금 9, 은 2, 동 9개로 재미동포팀(금12·은14·동5)에 이은 해외동포부 종합 2위에 해당한다.
재일동포팀의 꾸준한 참가 배경에는 최상영 재일대한체육회장(75)의 공로가 컸다. 재일동포 2세인 최 회장은 과거 수영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자 고려대로 편입해 ‘가족의 나라’와 더욱 끈끈하게 연을 이었다. 국내생활 당시 그가 고(故) 조오련을 지도해 ‘아시아의 물개’로 키워낸 일화는 유명하다. 재일대한체육회장으로서도 재일동포팀의 꾸준한 전국체전 참가, 이를 위한 유망선수 발굴 등에 힘써왔다.
최 회장은 올해도 전국체전 참가를 위해 조국을 찾았다. 그는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재일동포선수들 중 한국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과거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 대한해협을 건너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한국체육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지금까지 재일대한체육회는 1988서울올림픽, 2018평창동계올림픽 등 한국의 주요 행사마다 후원금을 전달하며 체육계 발전을 꾀해왔다. 재일동포팀의 전국체전 출전도 궁극적으로는 한국체육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재일동포팀 구성과 출전의 의의를 설명했다.
-재일동포로서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과거부터 일본에서도 전국체전이 있었지만, 재일동포들은 한국 국적이라 출전하기 힘들었다. 자연스레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치고 싶은 선수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단순히 한국을 향한 애향심이나 애정 없이 성공만을 위해 오진 않는다. 일본에서도 각 가정에서 한국인으로서 자각을 갖고 자란 선수들이라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의 의미를 다 안다. 이렇게 의미가 큰 만큼 우리는 (올해도) 일찌감치 11일 입국해 12일 목포에서 결단식을 가진 뒤 13일부터 매일 치열하게 경기장에서 싸웠다.”
-재일동포 중 한국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유도 안창림이 큰일을 했다. 과거 일본에서 대학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재일동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뛰고 싶어 했고, 이를 돕는 것이 재일대한체육회의 일이라 한국행을 적극 도왔다. 결국 세계선수권 금메달(2018년 아제르바이잔대회), 아시안게임 은메달(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올림픽 동메달(2021년 2020도쿄대회)을 가져오지 않았나. 안창림은 물론 허미미-허미오 자매 모두 전국체전을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과거 1992년 수영 남자 평영 200m 한국기록을 수립했던 윤주일도 같은 케이스였다. 지난해 전국체전 육상 남자 일반부 허들 400m에서 두각을 보인 도강병이 올해 경북도청의 제의를 받고 입단할 정도로 선수들의 한국행은 이어지고 있다. 육상 여자 원반던지기와 여자탁구 등에도 한국국가대표로서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일본 내에선 ‘결국 한국 좋은 일만 시킨다’는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에는 그런 시선이 없잖아 있었다. 특히 수영, 럭비, 유도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보니 인재 유출은 물론 전국체전 출전도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여기에 북한과 관련 있는 조총련계 학교 선수들을 향해서도 ‘왜 굳이 한국에 가서 경기를 하느냐’는 싸늘한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와 미래를 생각하면 재일대한체육회는 이들을 전국체전에 출전시켜야 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간 격차가 줄고, 일부 종목은 한국이 우세해지면서 부정적 여론은 많이 줄어들었다.”
-체육회 특성상 예산이 빠듯할 것 같다. 어떻게 자생해왔나.
“재일대한체육회는 5개 지부, 18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회장인 나를 비롯해 집행부가 일정 회비를 걷어 운영하나, 한화로 연 최대 5억 원밖에 모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수영선수 은퇴 후 2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철강회사 영스틸을 설립했다. 영스틸을 통한 협회 지원과 스폰서 유치 등을 통해 자생하고 있다. 2012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빠듯한 예산을 일부 충원했다. 임기가 내년 말 끝나는데, 후임 회장이 누가 되든 자생력 있는 단체로서 선수 육성과 발굴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놓겠다.”
-향후 전국체전에서 목표가 있다면.
“우리가 한때 전국체전 해외동포부 9연패를 할 정도로 잘 나갔던 시절이 있다. 최근 재미동포팀이 강세를 보이지만 분위기를 다시 우리 쪽으로 끌어오고 싶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수영을 비롯해 다른 종목에서도 재일동포선수들을 많이 데려와야 한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테니스와 골프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당초 기대보다 금메달이 6개나 적었다. 전국체전 해외동포부의 패권을 재일동포팀이 되찾아옴과 동시에 더 많은 재일동포가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목포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