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첫 방송된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 1회에서는 고려의 마지막 용손인 대량원군(김동준 분)이 천추태후(이민영 분)에 의해 일촉즉발 위기에 처한 모습이 그려지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동아시아 군사 최강국이 된 거란과 고려의 스펙터클한 귀주대첩 장면이 오프닝으로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특히 전장 한복판에 선 강감찬(최수종 분)은 파상공세를 퍼붓는 거란군의 위협에도 꿈쩍하지 않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했다. 고려의 비밀무기인 검차 부대를 비롯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과 적을 향해 돌진하는 고려 병사들 등 대하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대규모 전투 씬 또한 보는 이들을 단숨에 압도했다.
이날 방송은 서기 1009년 목종 12년, 궁궐 연회장에서 고운 얼굴의 젊은 사내 유행간(이풍운 분)을 품에 안고 연회를 즐기던 고려 제7대 황제 목종(백성현 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부상서 참지정사 유진(조희봉 분)은 거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전란을 대비해야 한다고 충언했으나, 이미 정치에 관심을 잃은 목종은 재상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이른 뒤 연회에만 푹 빠졌다.
그런가 하면 목종은 모후 천추태후가 우복야 김치양(공정환 분)의 아들을 태자 전하라고 부르고 있다는 불경한 소문을 접하고는 한달음에 천추전으로 달려갔다. 천추태후 역시 남색에 빠져 후사를 보지 못한 목종에게 성상의 아우를 황실의 후계자로 삼겠다고 말했고, 목종 역시 고려의 용손이자 천추태후가 쫓아낸 대량원군을 궁궐로 불러들이겠다며 팽팽히 맞섰다.
승려의 모습으로 시전 거리 주점에서 술잔을 비우는 왕순(김동준 분)의 모습도 그려졌다. 천추태후가 보낸 자객들과 시비가 붙은 왕순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위험에 놓이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진관 스님(강신일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 왕순은 “이모님 기어이 절 죽이려 하시는 것이 옵니까. 이 먼 곳으로 쫓아낸 걸로는 부족하시 옵니까”라며 천추태후를 향한 원망의 눈물을 흘려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천추전 앞에서 김치양과 마주친 목종은 “꿈에라도 이 고려를 왕 씨의 나라가 아니라 김 씨의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면,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오. 부디 명심하시오”라며 경고를 날렸다. 단 한 번도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운 적 없던 성상의 변화에 천추태후는 김치양에게 하루빨리 대량원군을 사라지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녀는 “필요하면 이 태후의 권능을 가져다 쓰시오. 우리 현이를 태자로 만들고 싶소”라며 김치양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루빨리 대량원군을 사라지게 해달라는 천추태후의 요청에 김치양은 왕순에게 독이 든 음식을 먹여 죽이려는 최후의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칼을 든 군사들과 궁녀들이 신혈사에 들이닥치자, 왕순은 진관이 만든 방바닥 아래 작은 공간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왕순을 기다리던 최상궁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이내 지하로 통하는 나무 뚜껑 밑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왕순을 발견하고 말았다.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왕순이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다음 회를 더욱 기다리게 만들었다.
김동준, 지승현, 이원종을 비롯해 백성현, 이민영 등 명품 배우들의 열연과 전우성, 김한솔 감독이 의기투합한 연출력이 빛을 발하며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갈 웰메이드 정통 대하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고려 거란 전쟁’ 1회는 5.5%(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고려 땅을 염탐하는 거란군을 발견한 양규(지승현 분)가 말을 타고 뒤를 쫓는 추격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6.8%(전국 기준)까지 치솟아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전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영상미로 호평을 이끌었다.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2회는 오늘(12일) 밤 9시 25분 방송된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