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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는 12강에서 탈락해 61년 만의 ‘노메달’의 굴욕을 겪었고, 여자부는 8강에서 멈춰 2006년 도하대회 이후 17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남녀 모두 2024파리올림픽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이제 한국배구는 과거 적수로 여기지 않은 동남아시아에도 쉽게 무너지는 시대를 맞았다.
대한배구협회는 변화와 혁신을 외쳤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폐막 후 임도헌 남자 감독, 세자르 에르난데스 여자 감독과 결별했다. 동시에 최천식 남자경기력향상위원장, 김철용 여자경기력향상위원장의 사임을 공지했다. 또 얼마 전에는 외부인사들이 참석한 공청회를 열었다.
그리고 첫 결과물이 나왔다. 협회는 27일 노진수 금호중 감독을 신임 남자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선임하고, 김 위원장을 재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호남정유와 여자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최대치로 올려 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세대교체로 부진에 빠진 여자대표팀 재건을 위해 다시 중책을 맡겼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유감스럽게도 개혁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표팀 추락의 책임을 지고 떠난 이가 사퇴 한 달여 만에 같은 직책을 맡아 돌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경기력향상위원장’에게 과거 지도력은 중요하지 않다.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로, 당장 차기 감독 선임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협회는 논란을 의식한 듯 “(오한남) 회장도 참신한 인물을 원했고, V리그 현직 지도자들과 접촉했으나 고사했다”며 “(김 위원장이) 세자르 감독을 뽑지 않았다”고 밝혔다. 맞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부임했다. 그렇지만 책임이 없진 않다. 세자르 감독은 아시안게임 참사 외에도 2시즌 연속 VNL 전패, 무승점의 새 역사(?)를 썼다. 무능한 지도자의 잘못된 질주를 바로잡지 못했고, 제때 제동을 걸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참에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배구계 어른들, 특히 협회 집행부의 복지부동이다. 역대급 참사에도 책임진 이가 없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처럼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장의 사임이 전부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잠잠했다. 그 와중에 의도를 알 수 없는 인사까지 있었다. 대한배구협회는 정말 변화를 원하는 것일까. 참으로 실망스럽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