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타격왕 이어 해외진출까지’ 한국야구 신항로 개척하는 이정후-이종범 부자

입력 2023-12-1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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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 이종범. 스포츠동아DB

‘바람의 손자’ 이정후(25)가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주루코치(53)에 이어 한국야구의 신항로를 개척하고 있다.

업적마저 빼닮은 부자다. 이종범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시절 타율 1위(0.393)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28년 뒤인 2022년 이정후도 타율 1위(0.349)와 MVP를 거머쥐었다. 이른바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MVP’였다. 그리고 KBO리그를 평정한 뒤 해외무대에 도전하는 모습까지 똑같다.

이종범은 1997년 말 일본프로야구(NPB) 주니치 드래건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마자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냈는데, 당시까지 KBO리그 출신의 해외 진출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당초 구단주 차원에서 절대불가 방침을 정했다가 모기업의 자금난과 열화와 같은 여론이 맞물리면서 해태는 주니치로부터 이적료 4억5000만 엔을 받는 조건에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이종범은 모든 야수에게 개척자와 같았다. 당시 해외 진출로는 백인천 등에 이어 15번째였지만, KBO리그 출신 선수로는 1995년 ‘국보급 투수’ 선동열(해태→주니치) 이후 2번째였다. 즉, KBO리그 출신 야수로는 최초였다. 이적 첫해부터 KBO리그 출신 야수가 콘택트에 힘까지 겸비했고, 빠른 발도 지녔다는 인상을 심었다. 투구에 오른 팔꿈치 골절상을 입은 여파가 아쉬웠다. 그래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지바롯데), 이병규(LG 트윈스→주니치), 김태균(한화 이글스→지바롯데),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오릭스 버펄로스) 등 후배 타자들에게 좋은 선례가 됐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고국을 떠나 새 길을 개척하는 동안 태어났다. 그래서 출생지가 일본 나고야다. 그리고 2023년 말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해외무대에 진출하는 첫 KBO리그 출신 외야수가 됐다. 2015년 손아섭(NC 다이노스)부터 2019년 김재환(두산 베어스), 2020년 나성범(KIA)이 먼저 도전했다가 무응찰에 그쳤는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65억 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버지는 “야구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반대했다”며 “나야 배가 고파 야구를 하기 시작한 세대고, (이)정후는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다. 야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데 하필이면 야구를 하고 싶어 했다. 사실 운동을 하더라도 다른 종목을 했으면 했다. 그러면 야구를 할 때보다 내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도 적을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이 지나 ‘이종범 아들’ 이정후가 아닌 ‘이정후 아버지’ 이종범이 된 지도 오래다. 이제 아버지가 일본에서 못다 이룬 꿈을 모두 이루는 일만 남았다.

김현세 스포츠동아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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