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스포츠동아DB
지난해 국내에서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계약을 포기해 미계약자 상태로 B리그에 진출한 이대성이 1년 만에 KBL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몸담았던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아닌 삼성과 사인하자 팬들은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활동하도록 양해해줬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미계약자가 되도록 협조했는데 한 시즌 만에 KBL 다른 팀과 계약한 것은 뒤통수를 친 격이란 해석이다.
이대성을 영입한 삼성도 곤란한 처지다. 규정상 FA 계약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대성이 거센 비난에 휘말리면서 삼성도 곤혹스럽게 됐다. 이에 이대성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비난의 불씨를 더 지폈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사과도 했지만 팬심은 싸늘하다. 이대성이 당분간 짊어져야 할 몫이다.
구단과 선수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대성의 FA 계약 과정을 보면 KBL이 선수 계약과 관련한 규정을 대거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 해외에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FA 선수들이 해외 팀과 계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FA 계약 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 KBL의 FA 시장은 5월로 한정돼 있다. 이대성은 KBL 유턴을 위해 6월말까지였던 B리그 미카와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해야 했다. FA 계약 시기를 늘려놨다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게다가 선수등록이 가능한 시기도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KBL은 국내선수등록을 매년 6월말로 마감한다. 군 제대 선수가 아니라면 이후엔 추가등록이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뛰다 KBL 복귀를 원하는 선수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원치 않는 해외 생활을 더 하거나, 1년을 쉬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선수들이 좀 더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FA 기간, 선수등록 시기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를 포함한 타국의 프로농구리그는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하다. 시즌 도중에도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미래를 대비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선수 계약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KBL은 선수 계약에 있어 여전히 많은 제약 사항들이 존재한다. 국제 기준과 괴리가 있다. 리그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좀 더 개방적인 정책과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