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 두산전 도중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김경문 한화 감독. 잠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역 최고의 포수로 통하는 양의지(37·두산 베어스)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66)의 애제자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전체 59순위)에 두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사령탑이 김 감독이었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양의지가 지금은 해체된 경찰야구단(경찰청)에서 전역한 2010시즌 곧바로 그를 1군 풀타임 주전포수로 기용하며 탄탄대로를 열어줬다.
그해 타율 0.267, 20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차지한 양의지는 그 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지금은 공·수 양면에서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 2차례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총액만 277억 원에 달한다.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기민한 투수 리드는 물론 4번타자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력 역시 그의 강점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살려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양의지를 바라보는 김 감독은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11일 잠실 한화-두산전에 앞서 양의지와 재회한 김 감독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김 감독은 양의지뿐 아니라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2012년~2018년 6월) 김태군(35·KIA 타이거즈)이 경쟁력 있는 포수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본적인 공격·수비뿐 아니라 경기 준비, 투수와 호흡 등 디테일까지 다듬어줬다. ‘포수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다. 김 감독의 메시지 하나하나를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고등학교(광주진흥고)를 졸업했을 때부터 봤다”고 떠올리며 “함께 늙었는데, 포수가 지금처럼 오랫동안 뛰는 건 그만큼 관리를 잘하는 것이고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의지가 지금은 다른 팀에서 뛰고 있지만, (다른 포수들이) 그의 좋은 점들을 빼앗으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제자를 향한 최고의 찬사다.
비단 양의지만 보고 배우라는 게 아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성장 모델을 찾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두산(2004~2011년)과 NC 사령탑 시절 몸을 아끼지 않고 열정을 쏟아내는 선수들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한 이유다. 지금도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김 감독은 “후배 선수들은 좋은 특정 포지션의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따라하기도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본인에게 맞을 수도 있다”며 “우리 팀에는 류현진이 있지 않나. 젊은 투수들이 류현진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