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12일 개봉하는 영화는 붕괴 위기의 짙은 안개 낀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 이선균과 주지훈이 각각 대교 위에서 함께 고립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과 레커차 기사를 연기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필사의 과정을 꼼꼼히 남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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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장부터 재난 블록버스터로서의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영화 시작 15분 만에 승용차와 대형 버스, 군용 트럭 등 100여 대의 차량이 짙은 안개로 인해 뒤엉키는 ‘100중 연쇄 추돌 사고’를 보여준다. 이 추돌 사고 장면만을 위해 무려 300대가 넘는 차량이 동원된 만큼 어마어마한 볼거리에 곧바로 압도된다. 이렇듯 초반부터 ‘노 브레이크’로 대규모로 펼쳐지는 재난 현장이 단숨에 관객을 사고 현장에 한가운데로 데려가 직접 재난을 경험하는 것 같은 체험까지 하게 한다.
하지만 100중 연쇄 추돌 사고는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 사고를 수습하려던 헬기가 충돌하면서 대교는 단숨에 붕괴 위기에 놓인다. 탱크로리는 폭발하고 유독가스까지 유출된다. 무엇보다 군용 차량으로 이송되던 중 충돌로 인해 탈출한 무시무시한 군사용 살인 실험견 ‘에코’의 무차별적인 공격까지, 연쇄적으로 덮쳐오는 재난 현장이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사진제공|CJ ENM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짙은 안개의 활용이다. 무려 100중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자욱한 안개로 인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짜릿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특히 안개로 인해 대교를 점령한 군사용 살인 실험견 ‘에코’ 공격을 예측하거나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는 게 관객에게 서늘한 스릴까지 느끼게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지옥의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했던 ‘신과함께’의 VFX를 담당한 덱스터스튜디오가 나선 만큼 VFX로 구현된 에코의 위협적인 비주얼과 자연스러운 움직임도 감탄을 자아낸다. 리더 격인 모체 ‘에코9’을 비롯해 근육질의 피지컬을 보유한 행동대장 ‘에코8’, 긴 다리와 날렵한 쉐입의 경주견 ‘에코23’ 등 11마리의 에코에 각각의 캐릭터성을 부여해 조직적인 팀을 만들어낸 것 또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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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 고립된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단연 극을 중심에서 이끄는 고 이선균이다. 그는 유학 가는 딸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았다. 대교 위에서 잔혹한 재난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안보실장(김태우)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숨기려 하는 등 이기적인 면을 보이던 그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재난 상황을 헤쳐 가며 인간성을 회복하고 소원했던 딸과의 관계도 개선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레커차 기사 조박 역을 맡은 주지훈은 장발의 염색 머리에 혼란한 패션(?) 등 비주얼에서부터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해 눈길을 끈다. 재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돈을 밝히는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쉬지 않고 늘어놓는 수다, 당당한 듯 보이면서도 비굴한 성격 등이 도저히 이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속 대부분의 코미디 장면을 담당, 잔혹한 재난이 쉴 새 없는 벌어지고 있는 영화에 숨 쉴 구멍이 되어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