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의 ‘2024쿠팡플레이시리즈’ 1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팀 3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토트넘(잉글랜드)은 2022년 여름 이후 2년 만의 2번째 프리시즌 한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격인 ‘팀 K리그’와 ‘2024쿠팡플레이시리즈’ 1경기(4-3 승)를 치렀고, 3일 같은 장소에서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가 몸담은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시리즈 2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1·2경기 모두 6만4000여장의 티켓이 조기 완판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은 가운데 토트넘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도 화제다. J리그 챔피언 빗셀 고베와 친선경기가 포함된 일본 투어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입국한 직후부터 엄청난 팬몰이가 이뤄지고 있다.
토트넘 선수단이 머무는 서울 여의도의 한 특급호텔과 방한 기간 메인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성남FC 클럽하우스 주변에는 먼발치에서라도 ‘손흥민과 친구들’을 보기 위한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2년 여름에 한국을 찾은 토트넘은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메인 이벤트인 친선경기뿐 아니라 오픈 트레이닝과 스폰서 차원의 각종 행사 모두 성황리에 진행됐다.
사실 유럽 클럽이 프리시즌 기간 특정 지역을 반복해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 완벽에 가까운 훈련 인프라를 갖추고 스포츠에 대한 인기도가 높은 북미 지역 정도가 예외다. 그런데 토트넘은 달랐다. 14시간의 비행시간과 시차 8시간의 덥고 습한 동아시아를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주최측의 초청으로 이뤄져 투어 경비도 사실상 없는데다 괜찮은 스파링 파트너와 결과가 부담없는 친선경기를 뛰는 대가로 막대한 대전료(매치피)를 챙길 수 있다는 부분도 크겠으나 토트넘은 마케팅 효과까지 내다봤다.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의 ‘2024쿠팡플레이시리즈’ 1경기에서 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동료 데얀 클루셉스키가 축하하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유럽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꼭 포함하는 지역이 영국 런던이다. 그곳에 연고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토트넘의 홈 경기장은 자연스레 대표 명소가 됐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홈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물론, 시기가 맞지 않아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투어하고 메가 스토어를 들러 손흥민(SON·7번) 유니폼과 다양한 구단 용품을 구입하는 것은 필수 코스가 됐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토트넘은 ‘클럽 인지도’를 한국에서 꾸준히 유지하려 한다. 1882년 창단한 오랜 전통을 자랑함에도 우승 트로피가 많지 않은 탓에 ‘명문 클럽’의 타이틀에 대한 여러 견해가 있으나 현 시점에서 토트넘이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팀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토트넘 입단을 확정한 ‘팀 K리그’ 양민혁(왼쪽)이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쿠팡플레이시리즈’ 1경기에서 골 찬스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오른쪽은 양민혁과 수 차례 경합한 세계적인 토트넘 풀백 페드로 포로.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토트넘의 원칙은 분명해 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의 기조다. 현지에서도 한국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고 대외적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물론 선수를 보유하는 건 기본이다. 토트넘은 ‘손흥민 효과’를 일찌감치 확인했다. 월드클래스급 실력에 상품성까지 두루 갖췄으니 모두가 탐내는 보물이다.
그러나 손흥민도 철인이 아니다. 당분간은 문제 없겠지만 10년을 동행한 그가 언제까지고 피치를 누빌 수는 없다. 누구든 헤어짐은 필연이다. ‘포스트 손흥민’ 시대를 준비해야 했고, 토트넘은 우선 ‘18세 초신성’ 양민혁(강원FC)을 선택했다. 아직 국가대표팀 데뷔조차 하지 않은 영건의 성공은 예측할 수 없으나 무사히 연착륙하면 ‘손흥민-양민혁’ 콤비가 정착되고 토트넘은 경기장 안팎에서 훨씬 큰 마케팅 효과를 쟁취할 수 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