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로드 투 메이저리그 : 에피소드 10 ㅣ 에필로그= MLB ‘미생’을 위하여

입력 2024-08-21 1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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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만원 괸중이 입장한 가운데 열렸다. 올 시즌 입장 관중이 840만을 넘으며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만원 괸중이 입장한 가운데 열렸다. 올 시즌 입장 관중이 840만을 넘으며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가졌습니다. 얼마전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선수가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을 접했습니다. 바로 ‘언어’ 문제입니다. EPL을 꿈꾼다면 기본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의합니다. 의사소통은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IMG아카데미에는 여러 명의 한국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를 꿈꾸기에 먼저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습득하며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꼭 해외에서 영어공부를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에 영어 단어 하나씩이라도 외우는 습관은 야구 훈련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메이저리거를 꿈꾼다면 이러한 노력은 훗날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봉중근(왼쪽)이 IMG아카데미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개인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봉중근

봉중근(왼쪽)이 IMG아카데미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개인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봉중근



메이저리그 지름길 ‘언·문·관’
현재 한국 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세가지 덕목이 있습니다. 바로 ‘언(言)·문(文)·관(管)’입니다.

우선 ‘언어’입니다. 영어 습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만 바쁜 스케줄에 여의치 않더라도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라도 없애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팀 내 외국인 선수와도 직접 자주 소통하고 언어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문화의 이해’입니다. 제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팀의 문화, 메이저리그의 문화 등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야 합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가 락커룸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며 동료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선 팀에 융화되기 위한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 자세를 보여준다면 다른 환경에서 온 선수에 대한 팀의 이해와 배려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매우 취약해 제 스스로를 위축시키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팀을 우선해서 따르고 함께 하며, 실수하더라도 팀에 융화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열린 마음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관리’입니다. 선수라면 훈련 습관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데, 훈련 습관 이전에 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외로 선수들은 훈련이나 시합 중 외의 시간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훈련 외의 시간에는 충분한 휴식과 재정비에 집중해야 합니다. 평상시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동작이나 자세를 교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회복과 충전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탄산음료조차 마시지 않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저도 선수시절에는 몇 년간 탄산음료를 끊었습니다. 소화를 방해하는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은 빵, 단백질 보충에 있어서도 붉은살 육류를 피하고 흰살 생선, 닭가슴살 등으로 대체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자신의 신진 대사와 컨디션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IMG아카데미 코치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봉중근

IMG아카데미 코치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봉중근


메이저리거는 꿈꾸는 자의 것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있는 현역 선수들, 아마추어 선수들, 어린 학생들까지 최고의 무대를 향한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수많은 유혹과 좌절, 슬럼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정진한다면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꾸준함은 습관에서 나옵니다.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훈련을 통한 성장은 자신에게 적합한 올바른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야구 미국 야구를 참고하고 답습하는 과정이 교육이나 훈련에서 많이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야구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시스템과 인프라는 물론 오랜 경험을 통한 데이터도 갖추었습니다. 한국야구만의 강점과 특성을 좀 더 강화하고 그것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이는 곧 메이저리그에서의 한국 야구 선수들의 특화된 강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K-POP, K-Food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 야구도 K-Baseball을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K-야구 , 더 높을 곳을 향하여
KBO는 올해 1000만 관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통해서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한국야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팬 여러분들의 애정 덕분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그러했던 것처럼, IMG아카데미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열심히 축적해서 한국 야구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곳의 여정이 끝난 후, 한국의 프로팀이나 학교팀의 지도자로 돌아갈 그 날을 기약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봉중근 l 전 국가대표 투수 · IMG아카데미 야구 보딩스쿨 코치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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