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쉬 일어날 수가 없다. ‘이 사람! 사고 쳤네!’ 장유정 (작가) 연출의 신작 ‘형제는 용감했다’를 본 것은 바로 지난 주말이었다.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프리뷰 기간이었고, 완성도면에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터였다.
공연 시작부터 소극장을 뛰어 넘는 소품과 의상으로 시선을 잡더니, 극이 진행될수록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에 나도 모르게 ‘오호, 그래! 조금 더!’ 하면서 ‘막공’(마지막 공연)에서나 느낄 만족도를 ‘솔솔’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형제는 용감했다‘는 줄거리로만 보면 한 가족의 오해, 화해, 이해를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흐름이 무대로 올라가 펼쳐지는 그것이 정말 예사가 아니다. 관객을 데굴데굴 구르게 하다가 결국 손수건을 꺼내 만드는 이 괴물은 뭐란 말이냐? 더더욱 놀라운 건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얼굴이다. 아마 그날 공연을 본 관객 모두 하루해가 저물 때까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잘 만들어진 공연의 힘인 것이다.
공연 후 배우 ‘박훈’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공연을 보면 배우들 쓰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전환신이 많다.“전환이요? 이게 그나마 줄었는데요? 선배님들이 된다는데 저희가 어찌 그 덕분에 한계도 많이 뛰어넘고…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프로그램에 들어갈 ‘연출의 변’이 작품보다도 쓰기 힘들다는 장유정 (작가) 연출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오로지 작품을 위해 끝없는 수정과 반복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처음 봐요.”
이 작품의 반은 팀워크인 것이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작품이 개막도 하기 전에 예전 히트 작품들과 함께 장유정의 뮤지컬 대본집을 낸 적이 있다. 공연도 올리기 전에 말이다.
자신감이었을까? 공연을 보기 전이라 애써 외면했던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랜덤하우스코리아) 대본집을 펼쳐 들었다.
한숨도 쉬지 않고 읽어 내린 대본집. 읽고 나서 좀 웃긴 얘기지만 장유정 (작가) 연출 같은 사람은 어디다 가둬놓고, 계속 좋은 작품만 쓰게 했으면 좋겠다.
장유정! 그대! 제대로 사고치셨구려.
최 지 수
도토리 파는 회사에 다니며
공연을 사랑하는 공연 마니아
공연장에서 아리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