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감독“좋은성적내도해줄게없어서눈물이납니다”

입력 2008-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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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감독(사진)의 꿈은 ‘하키 기사가 신문 1면에 나는 것’이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다. “해줄 게 없어 선수들에게 미안해서”다. 효창운동장의 하키장은 없어졌고, 성남운동장의 하키경기장은 축구장으로 바뀌었다. 하키를 아끼는 대원고등학교 이원희(74) 이사장이 가끔씩 마련하는 회식기운으로 버텼다. “가뜩이나 힘든 여건인데 운동마저 강압적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조 감독의 지도 철학. “일대일에서 지면 조직력도 발휘할 수가 없어요. 개인기가 있어야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지도자가 더 많이 연구할 때 즐기는 하키가 가능합니다.” 조 감독은 팀을 위해 국민대에서 운동 생리학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키를 선택했다. 즐기지 않고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 유효식의 아버지는 전 여자대표팀 유영채(58) 감독. 누구보다 힘든 길임을 알기에 말렸다. 중학교 2학년, 아버지와 절에 간 적이 있었다. 유효식이 소원을 빌었다. “그래, 뭘 빌었니?”, “네, 하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아버지는 그 이후 후원자가 됐다. 김병훈은 “하키 안 시켜주면 집을 나가겠다”고 윽박질러 여기까지 온 경우. 장종현은 집안의 반대 때문에 중학교 시절 운동을 반 년 간 쉬기도 했다. “말리는 사람들 많죠.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은메달도 땄어요. 긍지 만큼은 인기종목 이상입니다.” 대표팀 막내 강문권(20)까지 천상 하키인이다. “한 번 관심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낼부터 전화번호 바꾸시는 거 아니죠?” 가슴을 쓰리게 하는 마지막 한마디. 농담에도 뼈가 있었다. 올림픽 철이 돼야 찾아가는 하키대표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성남=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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