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연극벌레들,영화판을잡수시다

입력 2008-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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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클럽’ ‘용띠클럽’ ‘크레센도’ ‘따사모’ ‘싱글벙글’….연예계에는 별별 모임들이 다 있다. 단순히 나이가 같아 뭉친 모임이나 술 모임, 동호회 등에서부터 자원봉사, 자선모임 등까지 다양하다. ‘스포츠동아’가 연예인들의 각종 사모임, 커뮤니티가 어떻게 생겨나고 또 어떤 인연으로 뭉치게 되는지를 들여다본다.》 장진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류덕환 류승룡… 이렇게 괴이할 수가? 자기들이 먼저 ‘장진사단’이라고 이름을 짓지도 않았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비도 없으니 회장은 물론 없고 총무도 없다. 더구나 취미를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진사단’은 연극, 영화계에서 가장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집단으로 유명하다. 남들은 ‘장진사단’이라 부르지만 자신들은 스스로 “우리들은 ‘수다’라고”라고 외치며 영화제작, 공연기획, 매니지먼트까지 힘을 합칠 정도다. 가장 거리낌 없이 친한 사람들이 무대와 촬영장에서 만나 의기투합 ‘웰컴투 동막골’,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 다양한 히트작과 ‘묻지마 패밀리’ 등 의미 있는 실험작도 만들어냈다. 카메오 OK…때론 ‘제로 출연료’도 “우린 의리파”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줄줄이 히트 “우린 실력파” ○ 태동은 서울예대 ‘연극벌레들’ ‘장진사단’의 ‘좌장’ 장진(37) 감독은 멤버 아닌 멤버들의 일터이자 놀이터인 ‘필름 있수다’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강우석 감독과 함께 KnJ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핵심 멤버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등은 한국 영화의 스타 배우다.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에 미쳐 있던 대학 시절이었다. 정재영은 진 감독보다 나이가 두 살 많지만 학교는 1년 후배. 둘은 서울예대 연극학과 시절부터 붙어 다녔다. 장 감독이 쓰고 연출하면 정재영이 무대에 서며 명콤비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장진 감독의 1년 후배였지만 군대에서 고참으로 다시 인연을 맺은 임원희도 장 감독이 군대에서 만든 연극 ‘오해’에 주연을 맡으며 손을 잡았다. 이어 또 다른 동문 신하균, 류승룡, 장영남 등이 동참, 무대에서 신나게 뛰어다녔다. 1999년 장 감독은 임원희 정재영, 김지훈, 김영일 등 서울예대 동문들과 함께 서울 혜화동 뒷골목에 ‘수다’라는 간판을 단다. 연극을 공연하는 소규모 창착 집단으로 공식적인 첫 출발이었다. ‘아름다운 시인’, ‘박수 칠 때 떠나라’ 등 연극을 히트시킨 ‘장진사단’은 이어 본격 영화로 진출하기 시작한다. ○스타가 된 ‘장진사단’ 장진 감독의 1998년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에 신하균과 임원희가 출연하며 영화에 첫 발을 내딛은 ‘장진사단’. 2000년 ‘필름 있수다’라는 간판을 단 영화사가 출범했고, 임원희의 출세작 ‘다찌마와 리’를 비롯 신하균과 정재영이 주목받은 ‘킬러들의 수다’를 성공시켰다. 이후 장진 감독과 ‘장진사단’은 영화에서 연극적인 리얼리티를 구사하며 정상에 올랐다.미남, 미녀 배우들은 아니지만 대부분 영화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며 주연급 배우로 올라섰다. ○‘묻지마 패밀리’의 기적 2002년 ‘장진사단’은 큰 사고를 친다. 2억 700만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만든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가 50만 관객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때부터 주위에서 하나 둘 ‘장진사단’이라 이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에 류승범, 류덕환, 이문식, 임하룡 등이 참여한 이 영화에서 ‘장진사단’ 대부분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했다. ‘묻지마 패밀리’를 통해 ‘장진사단’은 우수한 신인 감독 발굴도 시작했다. ○함께 만든 수많은 히트작 장진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물론, 각본, 제작한 영화는 모두 ‘장진사단’이 대거 출연했다. 장진 감독이 연출한 ‘아는 여자’의 정재영, ‘거룩한 계보’의 정재영, 류승룡, ‘박수 칠 때 떠나라’의 신하균, 장영남, 각본·제작을 맡은 ‘웰컴투 동막골’의 정재영, 신하균, ‘바르게 살자’의 정재영 등 수 많은 히트작에 함께하고 있다. 정재영은 장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공공의 적’ 3편 ‘강철중’에도 출연했다. ‘장진사단’은 카메오 출연도 열심이다. 신하균은 ‘아들’, 정재영은 ‘박수칠 때 떠나라’에 특별 출연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동문을 넘어 연극배우의 영화 등용문 역할 ‘장진사단’은 시작부터 최근까지 서울예대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뭉쳐,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줬다. ‘묻지마 패밀리’ 때 출연배우들은 “우리는 계약서도 필요 없는 사이”라며 깊은 우애를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장진사단’은 서울예대 동문의 벽을 넘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묻지마 패밀리’와 함께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고 ‘웰컴투 동막골’, ‘아들’에 출연한 류덕환. 장진 감독 연출작 ‘박수칠 때 떠나라’와 ‘아들’에 연속해서 주연을 맡은 차승원도 넓은 범위에서 ‘장진사단’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아들’의 경우 저예산으로 기획된 영화로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승원이 선뜻 낮은 개런티를 감수하고 촬영에 뛰어든 영화다. 맛깔스러운 감초연기의 달인 이한위도 장진 감독 영화에 출연하며 사단의 일원이 되고 있다. ○결코 서로 봐주지 않는다 장진 감독은 과거 정재영, 임원희, 신하균 등 ‘장진사단’ 배우들에 대해 “비슷한 연차의 배우들 중에는 가장 연기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최근 너무 비싸지셨지만 힘들게 모셔온다”며 깊은 신뢰를 표현한다. 장진 감독은 특히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대부분 학교 선후배 관계지만 출연을 제의할 때는 늘 정중히 시나리오를 건네고 의사를 타진한다. 정재영은 “한번도 쉽게 캐스팅을 제의한 적 없다. 개런티도 정확하게 챙겨준다”고 말했다. 절친한 사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지만 생업을 함께 하는 사이인 만큼 지킬 것은 꼭 지키는 주의다. ○현재 진형중인 ‘장진사단’의 미래 장진 감독은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 제작자, 작가. 그 만큼 ‘장진사단’ 멤버들도 각자 자기 작품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어울리는 역할이 있을 때 연극무대와 영화촬영장에서 손을 잡아왔다. 장진 감독은 필름있수다와 KnJ엔터테인먼트 두 영화사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시도할 계획이다. 장진 감독이 바빠지면 ‘장진사단’들도 함께 분주해질 전망이다. 먼저 6월 ‘강철중’이 개봉되며 장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정재영이 출연한 ‘신기전’도 곧 선보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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