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감독읽기] EPL최고불쌍감독에첼시‘구원투수’그랜트

입력 2008-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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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시즌 프리미어리그가 끝났다. 이쯤에서 필자도 프리미어리그 감독들 중에서 나름 세 사람을 선정해 상을 주고자 한다. 뭐, 아시아 끄트머리에 매달린 대한민국의 축구인이 제 멋대로 상을 선정해 주는 것이지만 나름의 선정 절차를 통해 치밀하게 검토한 바이니 그 수상 내역을 밝히고자 한다. 가장 밉상인 감독은 조세 무리뉴 전임 첼시 감독이다. 가장 부러운 감독은 아스널의 웽거 감독, 가장 불쌍한 감독은 의외다 싶겠지만 아브람 그랜트 현 첼시 감독이다. 우선 무리뉴를 살펴보자. 그가 이 어처구니없는 상을 수상하게 된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첼시는 매출액의 75를 인건비로 지출했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매출액 대비 51, 아스널은 매출액 대비 62를 지출했을 뿐이다. 인건비 지출에서도 압도적인 1위였다. 그런데 2007-2008 시즌이 시작된 2007년 9월 갑자기 그만둔다며 앙탈을 부렸다. 당시 첼시는 리그 5위였다. 사실 구단이 거의 전적으로 밀어주며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기대했지만 김빠지게 시즌 초반부터 구단주와 경영진을 비난하면서 팀을 떠났다. 첼시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은 어찌 질 것인지 모르겠다. 맨유는 첼시 인건비의 70만 쓰고 리그 우승을 연속해서 두 번 차지했다. 첼시의 무리뉴가 진정 명 감독이라면 퍼거슨은 이미 사람이 아닌 축구의 신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웽거 감독은 리그 3위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돈 때문에 애제자 앙리를 스페인으로 팔아버리고 아데바요르를 키우고 있는 그 안타까운 심정이야 말해봐야 무엇하랴. 하이버리를 대신한 홈 경기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에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쏟아 넣는 바람에 잉글랜드 축구단 중 부채비율이 제일 높아진 아스널, 새집으로 이사한 바람에 아직 적응도 덜 되었을 텐데. 4위 리버풀과 승점차이는 7점차. 하지만 리버풀이 선수 인건비를 아스널 보다 200억 원이나 덜 쓴다는 사실을 아실런지. 승점 7점을 돈으로 환산하면 200억이 되니까 승점 1점에 거의 30억 원을 쓴 셈이다. 사실 아스널의 인건비는 맨유와 별 차이가 없다. 웽거 감독은 이번 시즌 딱 돈값만 했다. 이번 시즌을 별로 한 일도 없이 돈값에 어울리는 3위로 마감했음에도 별다른 경질설 같은 게 없으니 뭐 부럽다고 할 밖에. 겁나게 불쌍한 감독은 역시나 그랜트 감독이겠다. 첼시 기술이사로 폼 나게 살다가 무리뉴가 떠난 자리를 긴급히 때우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근데 영국 언론은 그랜트가 ‘청명에 죽나 한식에 죽나’ 초시계를 재고 있었다. 무리뉴와는 다르게 수비를 강조하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수준 높은 축구판에서 실점 26점 (경기당 0.68골)만 내주며 나름 짠물 축구를 했는데 바르셀로나의 프랑크 레이카르트 대체설을 띄우지 않나, UEFA 지도자 자격증이 없다고 딴죽을 걸지 않나, 존 테리, 텐 카텐 수석 코치랑 사이가 좋지 않다고 뒤를 캐지 않나, 암튼 구설수에 많이도 올랐다. 이번에 챔스리그는 게다가 결승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비록 퍼거슨이라는 소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만났지만, 뭐 곧 있을 챔스리그를 우승이라도 할라치면 그 불신이 다 사라질까.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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