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감독읽기]승률높은감독이전부는아니다

입력 2008-05-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감독의 승률이 감독의 재능을 인정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축구협회나 각 구단의 고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야구가 아니다. 과거의 수치화된 기록은 언제나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축구는 세계적으로 도박꾼들의 화두가 된다. 야구는 과거 전적이나 승률, 타율, 방어율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 만으로도 경기의 결과가 대충 짐작이 가나, 축구는 어림없다. 아무리 수치화를 시키려고 노력해도, 축구는 22명의 불완전한 인간들이 역시 불완전한 3명의 심판들과 함께, 더 더욱 불완전한 5만, 6만의 관중 앞에서 펼치는 예술이다. 오류와 사건의 연속이 축구인 것이다. 때문에 축구를 도박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언제나 대박을 터트린다. 모두가 경기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누가 도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제주 유나이티드가 신임 알툴 감독을 선임하면서 높은 승률을 감독 선임의 이유로 밝혔다는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다. 2007∼2008 프리미어리그에서 승률 50(현재 리그 5위 에버턴은 36전 18승 8무 10패로 승률이 딱 50이다)를 넘으면 UEFA컵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승률 50라는 것은 축구에 있어서는 거의 100점 만점에 가까운 기록이다. 2007년도 K리그 3위 울산의 승률은 46.15였다. K리그에서는 승률 50를 넘기면 3위 내에는 올라간다. 그런데 대뜸 승률이 60나 되는 감독님이 친히 K리그에 강림하셨으니 얼마나 큰 기대가 있었겠는가. 작년도 K리그 정규시즌 1위였던 성남의 승률이 61.53였으니 K리그 1위는 떼논 당상이겠다. 하지만 축구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승률이 감독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영국의 프로구단들은 모두 Technical director, 즉 기술이사 제도를 취하고 있다. 구단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단 이사회 멤버 중에서 기술 이사를 선임하고 그에게 감독의 선임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술이사가 기술위원장이 되어 기술위원회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감독을 선발하거나 선수단의 운영에 대한 기술적 의사판단을 하는 것이다. 영국은 대부분의 경우 기술이사는 해당 구단이 배출한 유명 선수들이 맡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 축구가 그토록 어려운 것은 선수 경험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도제(徒弟)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는 자신이 모시던 감독으로부터 지도자의 자질을 물려받는다. 때문에 선수 경험 없이는 감독에 대해 함부로 논하기 힘든 점이 많다. 감독은 선수 입장에서 골라야 한다. 축구 감독을 너무 쉽게 고르는 기업인 구단주들의 마인드가 문제라고 하기엔, 축구인 스스로 축구인의 존엄성을 쉽게 팔고 다닌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알툴 감독이 승률 60를 기록한 리그가 어떤 수준이었든지 간에 한국의 축구 수준은 아시아를 대표한다. 높으면 높지 낮은 편은 아니다. 한국의 선수들은 더 더욱 최고의 감독을 요구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느꼈던 감독의 희로애락을 직설적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