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서 55세 사이의 남자. 맥주를 좋아하는 그룹.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세가지는 보편적인 스포츠 팬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우리 주변도 둘러보면 너무 어리지도 않고 나이 들지도 않은 남성 팬들이 많다. 또 어릴 때 어느 팀의 팬이 되면 나이 들어도 그 팀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에 맥주 집에서 TV를 보며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꼭 나오는 걸 보면 맥주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일 것 같다. 일반제품 소비자와 관람스포츠 소비자(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라는 특성에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까다롭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소비자를 대해야 하는 일반기업들이 정말 부러워할만한 특성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스포츠마케팅에 일반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스포츠 팬들이 가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스포츠 팬을 자기제품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변덕 없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스폰서기업이 아무 종목이나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스폰서십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자사제품과 종목간의 궁합이 잘 맞는지, 특정 종목의 팬이 과연 구매력이 있을 것인지 등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다. 예를 들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씩 드는 총이나 말이 필요한 사격이나 승마 같은 종목은 소수의 선수와 팬들이 하고 보는 종목일수밖에 없다. 고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이런 종목들과 궁합이 맞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덜 전파된 야구보다는 축구를, 국내대회보다는 국제대회를 선호한다. 이렇게 궁합이 맞는 종목을 선택해 후원한 결과가 다른 시도보다 좋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스포츠마케팅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한체육회에는 검도부터 핸드볼까지 55개 종목이 가맹해 있다. 잘 살펴보면 각 종목은 특성에 따라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인 충성도 높은 소비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궁합이 맞는 종목이 있는지 한번 둘러볼 필요가 있다. 정 희 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