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명장은권위보다부드럽다…히딩크와라루사

입력 2008-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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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과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승 감독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사진)은 축구와 야구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한 사람은 한국대표팀을 맡아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된 덕분에 알게 되었고, 또 한 사람은 전지훈련장에서 운 좋게 만났던 적이 있다. 시차는 있지만 이 두 감독은 그동안 보아왔던 국내 프로감독들과 큰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선수단을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지만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상대에 대해 배려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근엄 그 자체인 국내 감독들과 너무 달랐고 리더에게 필요한 권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조직에서나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위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권위는 있지만, 조직원을 복종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말단직원이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또 윗사람이라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조직원이 한 방향으로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즉, 조직구성원을 리더가 원하는 대로 강요할 수 있는 권력과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권위,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면 말발이 서지 않아 리더십 발휘가 어려워진다. 스포츠조직도 마찬가지다. 프로팀 감독에게는 선수를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다. 전력구성, 선수기용, 스카우트, 트레이드 등에 행사되는 권력을 말한다. 이러한 권력은 선수들로 하여금 감독의 지시를 따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에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것은 감독의 권력만으로는 어렵다. 물론 선수의 기질도 있어야 하겠지만 아무리 감독의 지시가 있더라도 감독을 믿고 따를 때라야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보는 사람들이 감동하는 극적인 승부는 그럴 때 나오게 마련이고 감독의 권위 없이는 만들어내기 어렵다. 프로구단 감독에게 아무리 큰 권력이 주어진다고 해도 권위가 서야 선수들을 자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프로구단 근무시절 6명의 감독을 겪으면서 느낀 바 있다. 그런데 유교문화권에서 성장한 국내 지도자들은 권력이 주어지면 권위는 그냥 따라오는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권위를 세우려면 남들이 인정하는 실력을 제일 먼저 쌓아야 하는데 근엄한 표정으로 감정표현을 자제하고 아랫사람과 거리를 두면 권위가 지켜진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비해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부인도 아닌 애인을 데리고 나타날 만큼 감정표현이 자유로웠다. 언론이나 일부 지도자가 한동안 흠을 잡았지만 선수들은 믿고 따랐고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또 라루사 감독은 1996년 당시 전지훈련 온 한국프로야구팀과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못하게 돼 미안하다고 메이저리그 감독 본인이 직접 캠프로 해명하러 와 담당직원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올해 라루사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2400승을 넘겼다. 물론 감정표현을 억제하거나 무뚝뚝하더라도 권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인간적으로 비쳐지는 감독의 말이 훨씬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러시아 선수들의 과감한 플레이와 한국 선수들의 답답한 플레이가 오버랩되면서 느낀 단상이다. 정 희 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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