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클래식]침머만이켠음악,관객영혼은경악

입력 2008-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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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마스터피스시리즈V
서울시향의 2008년 야심작 ‘마스터피스 시리즈’가 어느덧 5회를 맞이했다. 이 시리즈는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이 올 한 해 동안 총 일곱 차례에 걸쳐 다양한 작곡가들의 대표작 진수들을‘맛보여 주마’하고 차린 성찬이다. 지난 네 차례의 시리즈에 비해 특히 이번 5차 시리즈에 눈길이‘확’쏠리는 것은 아무래도 협연자의 이름값이 얹은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독일 바이올린계의 진정한 적통! 안네 소피 무터와 함께 독일 바이올린계의‘오누이’로 불리는 프랑크 페터 침머만이 온다! 평론가들은(물론 일부의 목소리긴 하지만) 오연하게도 “침머만이야말로 현존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최고이다”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내한해 독주회를 열었고, 당시 국내 음악팬들의 반응은 열렬함을 넘어 선‘경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의 연주에는 확실히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활을 통해서는 들을 수 없는‘뭔가’가 있다. ‘기교를 넘어 선 음악 내면의 깊이’ 류의 허공에 선 하나를 긋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가 당시 들려준, 혹은 보여준 연주는 ‘완벽함과 그렇지 아니함’의 차원이 아닌 ‘저렇게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도 있구나’하는 새로운 지평의 경험이었다. 겉보기에는 딱 독일 병정스러운 침머만이지만 그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무엇보다 아내가 한국인이다. 그의 아내 엄주 씨는 어려서 독일로 유학을 가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재직하던 중 협연자로 온 침머만을 만나 결혼했다. 엄주 씨의 말에 따르면 침머만은 상당한 식도락가에 와인이 취미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을 그토록 수시로 드나들었으면서도(한국은 2001년에 딱 한 번 왔다) 일본 음식은 손도 안 대는 반면 한국 음식은 상당히 즐긴다는 얘기였다. 침머만이 정명훈의 서울시향과 손을 섞을 작품은 저 유명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깊이를 헤아리기조차 힘든 이 난곡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는 작품이다. 누구나 연주할 수는 있지만 누구도 성공하기 어려운 곡이 바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작곡을 한 뒤 스스로 질려버렸는지 천하의 베토벤도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는 이 곡 딱 하나만을 남겼다. 침머만은 이번 공연에서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연주했다는 171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나온다. 크라이슬러가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엘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할 때 연주했다는 역사적인 명기다. 침머만 같은 명장조차 “악기 안에 마치 크라이슬러의 영혼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악기의 부드러운 음향은 내 연주 스타일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가끔은 마치 내가 이 악기가 원하는 대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침머만과 서울시향이 함께 하는 ‘마스터피스 시리즈Ⅴ’ 연주회는 8월 12일 세종문회회관 대극장과 13일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두 차례 개최된다. 공연문의는 서울시향(3700-6300), 고양문화재단(1577-7766)으로 하면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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