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피아(요한 헐랭 기범 혜승 심지)는 암울하고 무거운 사운드에 성대를 혹사하듯 거침없이 폭발하는 샤우팅 창법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팀이다.
2003년 10월 내한공연을 왔던 린킨파크가 이런 피아의 음악과 무대매너에 반해 이듬해 자신들의 아시아 투어 게스트로 세웠고, 이후 미국 투어 게스트도 제안했다. 2004년 5월엔 서태지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에 참가했다가 가장 뜨거운 현장반응을 얻었다.
용맹과 기개를 과시하는 무사처럼, 무대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열정을 토해내던 피아가 최근 발표한 스페셜 음반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해 발표했던 4집 ‘워터폴스’에서 헤비메탈에서 벗어나 얼터너티브 록을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록 밴드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악기 구성과 음원을 사용해 누구나 들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변했다
피아가 새 음반에서 시도한 음악은 일렉트로니카. 전작과 달리 사운드는 밝고 경쾌하다. 특히 타이틀곡 ‘어번 익스플로러’는 전자음악에 가깝고 춤 출수 있는 음악에 가깝다.
“스페셜 음반이어서 파격적으로 해보자 작심했죠. 편곡할 때 뭔가 덧입히지 않고 원초적인 작업을 했어요. 또 이번엔 올바른 발성에 의한 노래를 했어요. 예전엔 바람직하지 못한 발성, 찌그러트린 발성이었어요.”(요한)
평소 너드, 나인인치네일스 등의 전자사운드에 심취해 있던 심지(FX·피아노)가 이번 음악작업에 깊이 참여했다. 사운드는 경쾌해졌지만 가사는 여전히 진지하고, 긍정보다 부정이 많다. 노랫말을 전담하는 보컬 요한은 “나도 시민으로 큰 사건들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 주위에 큰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걸 반영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음반도 멤버들이 전곡을 작사, 작곡, 믹싱, 프로듀싱까지 해냈다. 또한 이들의 제작자(Executive Producer)인 서태지가 이번엔 사운드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그간 서태지는 피아의 앨범이 완성된 후 조언을 했지만 이번엔 드럼 레코딩에 참여하는 등 제작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서태지는)톤을 잡아주고 믹싱의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레코딩 작업이 확 바뀌었죠. 또 우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면, ‘할수 있다’ ‘가능하다’며 격려해주셨는데, 실제로 우리는 해낼 수 있었어요.”(요한)
피아는 올 여름 록 페스티벌이 많아 활동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피아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ETPFEST 2008’에 특히 큰 기대를 나타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