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이 베이징 입성 전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중국 심판들의 편파판정. 배드민턴에 걸린 5개를 싹쓸이하기 위해 코트 밖의 힘도 빌리겠다는 것이 중국의 속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검은 손’은 여자복식 4강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앞선 한국의 이경원-이효정은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에 발끈했지만, 중국 심판의 각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세트에만 서비스 폴트 5개를 포함 2세트까지 모두 7개를 범했다. 이경원이 6개, 이효정이 1개. 반면 일본은 단 하나의 폴트도 없었다. 이와 관련,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이렇게 한 경기에서 폴트를 7개나 범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너무 어이없다”면서 “심판들의 고의성이 분명하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일본을 택하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심판진 구성은 주심을 제외하고 서비스 저지는 물론 10명의 라인 저지 중 9명이나 중국심판이 배정됐다. 중국이 얼마든지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중국 심판의 장난질에도 이경원-이효정은 꿋꿋했다. 편파 판정에 아랑 곳 없이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며 박주봉 감독의 일본팀 마에다-스에츠나 조에 2-0(22-20,21-15)으로 이겨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12년만에 결승에 올랐다. 물론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상대가 중국이기에 편파판정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각오다. 이경원-이효정에겐 중국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4월 전영오픈에서 8강부터 4강, 결승까지 세계 랭킹 1-3위였던 중국을 상대로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정상에 섰던 경험을 떠올린 이들은 “이제 중국은 두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난 이경원과 전위 플레이가 좋고 타점이 높은 이효정. 4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세계 정상을 꿈꾼 이들이 15일 편파 판정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만리장성을 넘는 기염을 토할 지 기대된다. 베이징=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