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산으로가는‘에덴의동쪽’

입력 2008-1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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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사진)’이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이 말들이 가장 적합하다. 외양상 ‘에덴의 동쪽’은 나무랄 데가 없다. 시청률 30%를 넘기며 인기가 높고 광고 판매도 높다. 그런데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성적과는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에덴의 동쪽’은 이달 초 작가가 갑자기 교체되었고, 최근에는 이다해가 도중하차했다. 이를 두고 드라마에 대한 연기자의 주인의식과 시청자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연기자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고 그녀만을 비난하기에는 ‘에덴의 동쪽’이 현재 안고 있는 내부의 문제는 꽤 심각하다. 이다해가 하차를 결정한 다음 날인 24일 MBC 일산 드림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대본연습에서는 연기자, 작가 및 제작진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한 중견배우는 1회부터 35회까지 대본을 집필한 나연숙 작가를 향해 “드라마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사태를 책임지라”면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영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이처럼 내분이 표출되는 것은 출연하는 연기자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관성이 부족한 대본 때문이라는 게 주된 지적이다. 사실 일부 드라마 관계자는 방영 전 이미 스타급 연기자 10여명의 공동주연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특정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지자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내부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결국 나연숙 작가가 물러나고 36회부터 이홍구 작가가 나섰다. 어쩔 수 없이 드라마의 맥은 끊겼고 연기자들은 마침내 참았던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21일 인천에서 진행한 야외 촬영 때도 연기자 일부가 제작진에게 ‘대본이 설득력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이 깊어졌다. 일단 연기자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제작진은 25일 예정된 촬영을 전면 취소했다. 제작진은 현재 나연숙, 이홍구 작가의 공동집필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이 겪는 내홍을 해결할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밝힌 상황에서 연기에 충실할 수 있을지 미지수. 또한 이다해 하차로 드라마 수정이 불가피한데다 방대하게 벌린 이야기를 불과 14회 안에 마무리져야 하는 벅찬 과제도 안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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