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여우’는손잡고뛴다

입력 2009-05-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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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를 다룬 MBC 사극 ‘선덕여왕’의 두 주인공 고현정(왼쪽)과 이요원.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비중이 같은 2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MBC

안방극장女-女투톱이뜬다…‘선덕여왕’고현정·이요원이원조
‘원 톱’ 주인공이 시청자의 시선을 독차지 하는 시대는 갔다.

안방극장에 여자 주인공이 2명씩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속속 나오면서 ‘투 톱’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사극 ‘선덕여왕’을 비롯해 패션 드라마로 경쟁을 선언한 ‘스타일’과 ‘매거진 알로’가 ‘투 톱’ 체제를 선택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한 명씩 등장하는 일이 ‘공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요즘의 흐름은 다르다. 2명의 여자가 나와 서로 갈등하며 경쟁관계를 맺는다.

여자 ‘투 톱 유행’의 시작은 고현정과 이요원을 기용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연출 박홍균). 이 작품에서 고현정은 권력욕이 강한 악녀 미실로, 이요원은 우리 역사 속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제목이 일찌감치 주인공을 암시하지만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현정과 이요원 둘이다. 이런 설정을 의식해서인지 고현정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요원에게 시청자의 시선을 뺏기지 않도록 처절하게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타일’(극본 문지영·연출 오종록)과 ‘매거진 알로’(극본 노지설·연출 강병택·가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SBS가 7월부터 방송하는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김혜수와 이지아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 각각 패션잡지의 편집장과 신입 기자 역할로 나서 서로 반목하는 구도는 ‘선덕여왕’ 속 고현정, 이요원의 상황과 흡사하다.

패션 드라마 ‘매거진 알로’도 극을 이끌 두 주인공으로 김하늘, 한채영의 출연이 예정돼 있다. 현재 ‘스타일’과 표절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여자 ‘투 톱’이란 설정만큼은 향후 제작 방향에서도 변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지난 해부터 불고 있는 여성 드라마의 진화”라고 분석했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세대를 불문한 여자 이야기가 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떠올라 남녀의 사랑보다 여자의 성공을 다루는 작품도 자연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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