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환율 1400원 돌파

입력 2022-09-23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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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美기준금리 3.0%p 올라…금융시장 ‘빅쇼크’

美소비자물가, 전년 동월비 8.3%↑
연준 “2%대 달성 때까지 긴축 계속”
환율 상승으로 국내 물가상승 예고
한국은행, 추가 빅스텝 배제 어려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2일(한국시간) 6, 7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고 환율은 연고점을 기록했다. 향후 글로벌 증시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미국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원인

미국 연준은 3월 0.25%p의 베이비스텝, 5월 0.5%p의 빅스텝, 6·7·9월에 각각 0.75%p의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며 6개월 여 만에 기준금리를 무려 3.0%p나 빠르게 올렸고,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에서 연 3.00∼3.25%로 크게 상승했고, 국내 기준금리(연 2.50%)보다 상단 기준으로 0.75%p 높아졌다.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한 데에는 최악으로 치달은 인플레이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8.0%를 상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에 대한 충격이 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를 달성 때까지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늘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이 또 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가장 민감히 반응한 것은 원·달러환율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4.2원)보다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장 마감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역대로 봐도 1400원 돌파는 1997·98년 외환위기, 2008·09년 금융위기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글로벌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경우,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4.45p(1.70%) 내린 3만183.7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6.00p(1.712%) 하락한 3789.93, 나스닥지수는 204.86p(1.79%) 떨어진 1만1220.19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 상황도 마찬가지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0p(0.63%) 내린 2332.31, 코스닥은 3.48p(0.46%) 하락한 751.41에 마감했다. 이밖에도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2011년 1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각각 0.58%, 0.27%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국내 경제 불확실성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악순환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미 금리의 역전을 낳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 한국은행은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10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폭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리는 점진적 통화정책을 예고했지만,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7월에 이은 추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4% 이상으로 상당 폭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전제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하겠다”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도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전 세계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겠다”며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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