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장비 대여, 전철 타고 몸만 오세요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10-2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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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이동 북한산국립공원 초입에 입는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이곳 옥상 전망대에서는 북한산의 인수봉 백운대 영봉 등이 손에 잡힐듯이 가깝게 보인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com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이용해보니

다양한 매력의 북한산 코스 안내
물품보관함부터 샤워실까지 갖춰
해외 관광객 최애 코스는 ‘백운대’
등산로 영문 표지 부족은 아쉬워
“어디서 알고 왔는지 백운대 코스를 많이 물어보고 또 그 루트를 많이 선택해요.”

서울 우이동 북한산국립공원 초입의 서울등산관광센터. 센터 운영을 맡은 김민천 매니저는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코스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이렇게 소개했다. 등린이(등산 초보자)들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백운대 코스를 한국에 여행 온, 그리고 생전 처음 북한산을 찾는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말이 무척 신선했다.


●난이도 낮은 코스, 봉황각 등 볼거리도


쨍하게 맑은 가을 하늘이 멋졌던 10월의 한 금요일,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에 가기 위해 지하철 우이신설선을 타고 종점인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 길로 5분 정도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도심관광센터가 나온다.

9월 정식 개관한 도심등산관광센터에서는 등산화와 등산복 등을 빌리거나 탐방 코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가방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로커와 등산 후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도 있다. 특히 이곳 옥상 전망대에 가면 인수봉과 백운대 영봉 등이 장대한 스케일로 눈앞에 펼쳐진다.

난이도가 절대 높지 않은 초보 코스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센터에선 가을 계곡을 보는 재미가 있는 대동문 방향의 소귀천 코스를 소개했다. 센터를 나와 15분 정도는 길도 평탄하고 우이구곡의 맑은 물과 옛스런 동네 분위기, 봉황각과 같은 근현대 유적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느긋하게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한때 서울서 가장 큰 민간가옥으로 고급요정이던 선운각이 나온다. 선운각을 지나 왼쪽 개천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소귀천 코스가 시작된다.

북한산 등산이라고 하면 대뜸 “너무 힘든 것 아냐”라며 겁을 먹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소귀천 코스는 하이킹에 가깝다. 맑은 물이 흐르는 소귀천을 왼쪽, 때론 오른쪽에 두면서 올라가는 길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 왕복 2시간 정도를 생각해 약수터였던 용담수(지금은 음용부적합)까지만 갔다가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내친 김에 대동문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백운대도 알고 오는 외국인이라면 이런 욕심을 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난이도 낮은 초보자 루트라지만 역시 산행이었다. 대동문을 600여m 남기고 등린이 기죽이는 가파른 돌계단과 바위 코스가 거푸 등장했다. 대략 30여 분 정도 숨을 몰아쉬며 땀을 빼다 보니 그제서야 대동문이 나타났다. 여기서 하산을 택해 센터로 돌아왔다. 왕복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기분 좋게 땀을 흘리면서 한국 산의 매력을 느끼기에 딱 좋은 여정이었다.


●잠재력은 풍부, 보완 과제도 선명

직접 경험해 보니 도심등산관광은 도쿄나 상하이, 방콕, 싱가포르 등 아시아 다른 대도시에서는 체험하지 못할 매력이 있었다. 앞으로 서울을 대표할 새로운 관광테마로서 잠재력이 풍부했다.

하지만 그 수준에 오르기 위해 보완할 점도 선명했다. 우선 경사가 가파른 바위구간이 있는 북한산에서 유용한 스틱이나 늦가을부터 필요할 아이젠 등이 대여물품에 없었다. 여기에 매서운 산바람을 막을 바라클라바나 장갑, 모자 등도 빌려준다면 방문객들이 조금 더 편하게 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동문 코스는 왕복 3시간 여정이라 중간에 물을 마셔야 했다. 더 동선이 길고 난이도 높은 영봉이나 백운대 코스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산행 전 물통을 빌려주고 센터 생수대에서 담아가도록 안내하든가, 아니면 생수 무료 제공 등의 서비스를 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등산로 중간 큰 표지는 영문 안내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산을 오르는 내내 외국인이 자신이 맞는 길로 가는지 확인할 영어 등의 표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야 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국립공원공단 리본을 확인하거나 다른 등산객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초행길 외국인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더 세심한 안내와 배려가 아쉬웠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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