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이 말하는 카타르월드컵과 K리그 우승, 그리고 유럽 진출의 꿈 [주말 인터뷰]

입력 2023-03-3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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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규성(25·전북 현대)은 2022년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2019년 K리그2(2부) FC안양에서 데뷔해 2020년 전북으로 이적한 그는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 군 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에 입대한 2021년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꾸준히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 체제의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그는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벼락스타로 도약했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 도중 교체투입을 준비하던 그가 중계화면에 잡힌 순간, 기존 축구팬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선발 기회를 잡은 가나와 2차전에선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월드컵 단일경기 멀티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경험 중 가장 의미 있고 뜻 깊은 순간이었다”며 “다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와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월드컵 스타도 피할 수 없는 경쟁

월드컵 이후 조규성의 삶은 달라졌다. 휴식기에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CF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K리그 개막 후에는 구름관중을 몰고 다닌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그는 “유명해졌다고 해서 바뀐 것은 없다”며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나를 위해 뛰어야 한다. 그것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새롭게 한국축구를 이끌게 됐다. 월드컵 출전 경험 덕분에 3월 A매치 2연전을 위한 대표팀에 뽑혔지만, 다시 출발선에 서서 경쟁해야 한다. 조규성은 “무조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월드컵에 다녀왔기에 선발된 것”이라며 “감독님이 바뀌었어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 24일 콜롬비아, 28일 우루과이와 친선경기로 이미 시작됐다. 콜롬비아전에선 선발출전 기회를 잡아 적극적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로 장점을 어필했으나, 아쉽게도 골은 없었다. 우루과이전에선 황의조(FC서울)가 스타팅으로 나섰고, 교체출전한 오현규(셀틱)는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취소됐음에도 골망을 흔들며 존재감을 뽐냈다. 조규성은 “(황)의조 형은 정말 잘한다. 함께 뛰면 자부심을 느낄 정도다. (오)현규도 처음부터 무조건 잘 될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고 있다”며 “셋의 경쟁에서 누구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서 대표팀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K리그 정상 탈환 향한 열망

2022시즌 도중 김천에서 전역해 전북으로 복귀한 조규성은 큰 아쉬움을 맛봤다. 17골로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했으나, 팀은 울산 현대에 우승을 내줘야 했다. 그는 “전역 후 전북으로 복귀해 남은 경기에서 다 이기는 게 목표였다. FA컵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리그 우승을 놓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8일 1-0으로 앞서다 후반 추가시간 마틴 아담에게 2연속 실점해 패한 울산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경기를 보는 분들은 재밌었겠지만, 당시 경기에 뛰었던 선수 입장에선 너무도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시즌 초반 전북의 발걸음도 무겁다. A매치 휴식기 전까지 울산은 4연승으로 선두에 오른 반면 전북은 승점 4(1승1무2패)로 8위다.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는 데 그친 주전 스트라이커의 마음은 착잡하다. 조규성은 “스스로 욕심을 냈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 됐을 때의 플레이가 어땠는지 복기하면서 팀 승리를 위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승 레이스에서 어떤 변화가 있든 내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다짐을 했다. 공격수로서 팀의 우승을 위해선 골을 넣어야 한다. 매경기 골을 넣어야 한다. 그게 전북다운 축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동아DB



●언젠가는 유럽으로!

지난겨울 조규성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 삼켜야 했다. 마인츠(독일), 셀틱(스코틀랜드) 등 유럽에서 러브콜이 있었지만, 전북에 잔류했다. 마음고생이 있었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도 애를 먹었다. 개막 초반 리그에서 겪고 있는 부침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솔직히 속상했다”는 그는 “그래도 당장 유럽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없다. 공격수로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꾸준히 보강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유럽에 가지 못한다고 은퇴할 때 후회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아니다’였다”고 덧붙였다.

조규성은 마음을 다잡고 2023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유럽에 가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내 삶의 모토대로 매일 훈련에 집중하고 열심히 살겠다. ‘인간 조규성’의 목표가 단순히 유럽에 가는 것이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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