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 캣벨이 흥국생명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김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세트가 압권이었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던 도로공사는 16-21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벤치에서도 5세트를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웬만한 볼은 모두 걷어 올리며 끈질기게 따라붙어 기어코 23-23 동점까지 만들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홈 팬들은 “도로공사”를 연호했다. 다 이긴 경기를 동점까지 허용한 흥국생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 ‘해결사’ 캣벨의 진가가 발휘됐다. 왼쪽에서 공격을 준비하던 그는 토스된 볼이 너무 길게 넘어오자 순간적으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공격해 상대 코트에 꽂았다. 모두가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경기장이 떠나갈 듯 포효했다. 도로공사는 매치포인트에서 다시 캣벨에게 공격을 맡겼고, 그는 강력한 오른손 스파이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캣벨은 방송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눈물을 쏟았다. 그는 “어떤 볼이 오든 무조건 포인트를 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기를 끝낸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나왔다. 다른 것보다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와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좋다. 귀화라도 해서 여권을 만들까”라며 해맑게 웃었다.
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 전적 2승 2패를 기록했다. 캣벨이 김종민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 김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캣벨은 올 시즌 4라운드부터 뛰고 있는 대체 외국인 선수다. 지난 시즌엔 흥국생명에서 뛰었고, 이번 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리그에선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또 잘할 때와 못할 때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챔프전은 달랐다. 친정팀을 상대로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 경기 남았다.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전적은 2승2패다. 6일 인천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운명이 갈린다. 캣벨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점을 생각하고 뛴다면 오늘처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역전 우승한다면 괴성을 지르면서 유니폼을 찢을 것 같다”며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김천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