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보다 흔들기” 대한항공 조재영, 코트 뒤흔든 서브의 미학

입력 2024-01-23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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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재영. 스포츠동아DB

“서브 에이스를 노리기보다는 (상대팀을) 흔들자고 생각한다.”

온힘을 다해 때리는 스파이크 서브는 득점을 노리기에 분명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정확도는 낮은 편이다. 성공한다면 팀의 사기가 오르지만, 범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많은 감독이 선수들에게 좀더 강한 서브를 주문하는 상황이 생기면 “실수해도 괜찮다”며 용기를 북돋는 이유다.

조재영(33·대한항공)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다. 실제로 올 시즌 세트당 서브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을 보면 1위인 삼성화재 요스바니(0.560개·범실 133개)를 비롯해 그의 뒤를 잇는 OK금융그룹 레오(0.455개·93개), 아흐메드(0.372개·95개) 등은 서브로 뽑은 점수 이상으로 헌납한 점수가 많았다. 하지만 조재영(0.181개·37개)은 범실을 매우 적게 남기면서도 세트당 기록은 전체 11위이자, 국내선수 5위로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서브를 구사할 줄 아는 조재영은 그 중에서도 특히 플로터 서브로 상대 코트를 뒤흔들고 있다. 상대 진영의 빈틈을 정확히 노리는 데다, 공의 상하좌우 움직임도 커 받아내기에 쉬운 서브가 아니다. 마침 올 시즌에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등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미카사의 공으로 공인구가 바뀐 사실도 긍정적이었다.

조재영은 “서브 에이스를 노리기보다는 상대 리시버 사이의 틈을 노려 때려서 진영을 흔들자고 생각한다. 그러면 범실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고, 리시버 앞에 잘 떨어지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인구도 구질 면에서 나와 더 잘 맞는 듯하다”고 밝혔다.

조재영은 서브의 강도 등을 조금씩 달리해 상대 코트를 흔드는 데도 능하다. 대한항공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16일 삼성화재전에선 엔드라인 바로 앞에서 준비 중이던 상대 리시버들의 허를 찌르는 힘 조절로 통산 서브 득점 50개(역대 100호·현재 51개)를 달성했다. 조재영은 “기록을 달성하기 전에 서브 득점이 1개 남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기록이 몇 개 없어서 은퇴 전까지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다. 달성하게 돼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조재영은 올 시즌 서브에서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센터)로서 속공(성공률 56.74%·10위), 블로킹(세트당 0.434개·9위) 등 다양한 활약으로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V리그 최초의 통합 4연패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며 “그게 나 개인의 목표이자 우리 팀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스포츠동아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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