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제공|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제공|효성중공업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효성 조현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공을 들여온 미국 전력 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 잭팟을터뜨렸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 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 및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전력기기 기업 중 단일 프로젝트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조 회장은 그동안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예견하고 미국 시장에 집중해 왔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765kV 초고압변압기와 800kV 초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은 연속된 성과다. 이로써 효성중공업은 미국 765kV 시장 내 압도적인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조 회장은 “전력 인프라는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미국 전력망 안정화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765kV 점유율 1위’ 기술력
최근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기차 보급 확대로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25%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765kV 송전망 구축은 미국 전력사업자들에게 당면한 핵심 과제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이어온 시장점유율 1위의 위상은 제품 신뢰성과 독보적인 고전압 절연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효성중공업은 단순 기기 제조사를 넘어 설계부터 시험, 검증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이 이번 수주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0년 조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멤피스 공장은 현재 증설이 진행 중이며, 완공 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현지 생산 기지를 기반으로 미국 정부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부합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 조현준 회장의 ‘민간 외교’와 뚝심 있는 투자 결실
이번 성과는 조현준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뚝심 있는 투자가 빚어낸 결과다. 조 회장은 2020년 인수 당시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싱귤래러티(특이점) 시대의 전력 수요 폭발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인수 이후 현재까지 투입된 금액만 약 3억 달러(약 4400억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해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 의원 등 미 정관계 핵심 인사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했다.

조 회장의 이러한 ‘미국통’ 면모는 효성중공업의 브랜드 가치를 단순한 제조 기업에서 국가 안보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스콧 스트라직 GE 버노바 CEO 등과의 교류를 통해 AI 시대의 인프라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점도 주효했다. 이러한 현지화 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효성중공업은 2025년 매출 5조 9685억 원, 영업이익 747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수주 잔고 역시 11.9조 원으로 전년 대비 34%나 급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