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좌장’ 권노갑(86)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권노갑 고문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60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 담았던 당을 스스로 떠나려 하니 참담한 심경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권노갑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많은 분이 떠났고 이제 저도 떠나지만 미워서 떠나는 건 아니다"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지 오래 됐다"고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권노갑 고문은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며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노갑 고문은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세력의 통합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권노갑의 탈당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60여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을 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납니다.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권교체를 준비해야할 야당이 갈 길을 잃고 지금 헤매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서거하시기 전에 우리나라에 민주주의 위기, 중산층과 서민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라는 3대 위기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당이 앞장서서 국민과 힘을 합쳐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이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는 열악한 상태에 있던 우리 당의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엄동설한을 마다않고 전국을 누비며 뛰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4·29 재보궐선거 때는 오랜 동지들의 비난조차 감수하면서도 당의 승리와 당의 통합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그토록 몸을 바쳐 지켰던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고 견디면서 어떻게든 분열을 막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당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에 대해 뭐라고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이 떠났습니다. 이제 저도 떠납니다만, 미워서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너그러운 포용과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부익부 빈익빈’이란 양극화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은 미래 희망 잃고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절망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또 한반도의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러한 어려운 현실과 그 심각성을 각성하여 나를 비추기보다는 어둡고 소외된 곳을 비추는 정치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 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여러분의 가정에 강녕과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월 12일 권노갑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권노갑 상임고문. 동아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