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주식 및 암호화폐 공약이 눈길을 끈다. 암호화폐 전광판. 스포츠동아DB
20대 대선 후보들의 주식·암호화폐 공약 살펴보니
이재명 “주가조작 등에 강력 처벌”
윤석열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
심상정 “기업 집중 산업구조 개선”
안철수 “물적분할 회사 상장 금지”
李·尹·安, 친 암호화폐 공약 내놔
제20대 대통령 선거일(3월 9일)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를 겨냥한 주식 및 암호화폐 공약이 눈길을 끈다. 부동산의 기회를 잃은 2030세대가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 비율을 높이며 반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이재명 “주가조작 등에 강력 처벌”
윤석열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
심상정 “기업 집중 산업구조 개선”
안철수 “물적분할 회사 상장 금지”
李·尹·安, 친 암호화폐 공약 내놔
●각자 방식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먼저 주식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주요 후보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는 각기 방향이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후 성장성을 갖춰, 코스피지수 5000포인트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방안으로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을 거론했다. 또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공모주 청약 시 개인 비율을 늘려 소액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세제 부담 완화를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다. 증권거래세는 현행을 유지하고, 내년 도입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증권거래세를 내고 있음에도 이중과세를 한다는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오너리스크와 대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꼽았다.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이 흔들리고 회계 및 주가조작이 당연시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이를 개선해야 적절한 주식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오너가 대주주로서 권한만 행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상장한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직접 겨냥하며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보고, 대주주만 이익을 얻는 분할 상장, 즉 물적분할된 회사의 상장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공매도,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 필요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이 높아 폐지 요구가 나오고 있는 ‘뜨거운 감자’ 공매도에 대해서는 “폐지는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은 있다”고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후보는 공매도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간 공매도 ‘차입 기간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개인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90일 안에 상환해야 하지만 기관이나 외국인은 상환 기한에 제한이 없어 수익이 날 때까지 무기한 버티기가 가능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내놓았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가 10% 이상 급등락하는 등 변동폭이 큰 경우 강제적으로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기능이다. 즉 공매도에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해 특정 종목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해당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자동으로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공매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을 투명하게 파악해 소액투자자들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 암호화폐 정책 vs 규제 강화
암호화폐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친 암호화폐 정책을 내놓은 반면, 심상정 후보는 반 암호화폐 정책을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암호화폐 법제화 추진, 국내 암호화폐 발행(ICO) 허용, 암호화폐 투자수익 공제 한도 확대 및 손실 이월 공제 적용 등 암호화폐 과세 방안 재검토 등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기본 비과세 한도를 현행 25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늘린다고 했다. 암호화폐 과세 기준을 주식 시장에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후보 역시 암호화폐 수익 5000만 원까지 비과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ICO 허용, NFT(대체불가능 토큰) 거래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 관리 및 감독을 전담하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치 공약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안철수 후보는 보안기업 ‘안랩’의 설립자답게 암호화폐 거래소 정보 공시 의무화,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의적인 입출금 제한 금지 등 ‘투자자 보호’를 중점으로 내건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암호화폐는 투기적 성격을 가진 초고위험 투자”라고 꼬집으며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제도화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암호화폐 시장 제도화, 암호화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 강화, 암호화폐 관련 사업 인가제 운영,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공제 금액은 250만 원 유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