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수돗물 필터서 WHO 지정 발암물질 검출… 환경단체 “양산시, 무능 넘어 무책임”

市 “독성 없다” vs 추가 조사 “마이크로시스틴 확인”
환경단체 “시민 생존권 문제… 은폐·축소 대응 규탄”
양산시 “검출량 미미… 정식 반박자료 준비 중”

양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8일 양산시청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가정집 싱크대 수돗물 필터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양산시는 조사 결과 “독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환경단체의 정밀 분석에서는 독성물질이 확인돼 시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양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시가 무능을 넘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9월 양산 동면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수돗물 필터가 초록색으로 변했다”며 제보했고, 단체가 해당 필터를 수거해 경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원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독소 생성 남세균 DNA 검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양산시는 “독성 우려는 없다”며 상황을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는 “검출된 것은 흔히 존재하는 남세균 DNA이며 독성이 없다” “죽은 마이크로시스틴은 독성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시민불안 차단에 주력했다. 하지만 박재우 공동대표는 “수돗물에 독성물질 유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결과를 시가 애써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단체는 독성 유무에 대한 추가 검증을 위해 지난달 27일 경북대 연구팀에 재의뢰했고, 필터에서 마이크로시스틴 0.10ng/filter가 검출됐다는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박 공동대표는 “죽은 남세균에서도 독성이 남을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확인됐다”며 “양산시의 ‘문제 없음’ 주장은 명백한 허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양산시에 ▲독성물질 검출 사실 인정 및 공식 사과 ▲수돗물 공급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 ▲환경단체·전문가 참여 공동조사와 정보공개 등을 요구했다. 박 공동대표는 “시민의 생존권인 물 안전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양산시장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산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송·동면 지역 아파트 몇 곳에서 필터 변색이 제기돼 검사했으나 불검출로 나왔다”며 “두 지역은 같은 정수장의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녹조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또 “필터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필터 교체 후 30일 정도 경과된 것으로, 일일 기준 검출 한계치에 미달해 불검출로 표기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시민 불안이 확산되자 “정식 반박자료를 준비 중이며 정확한 내용을 곧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가 조사에서 독성물질이 확인된 만큼 시의 초기 대응이 ‘과도한 축소’였다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