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응급 수혈은 임시방편일 뿐 합병증 위험성 커
잠혈 검사와 철분 주사 등 근본 원인 해결에 집중해야
정기 모니터링 통한 선제 대응이 어르신 삶의 질 결정
병동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돌보는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 (사진제공=온병원)

병동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돌보는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 (사진제공=온병원)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신 보호자 A씨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니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응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요양병원 장기 환자들에게 빈혈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단순 노화로 치부하기엔 환자의 생명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건강한 성인의 헤모글로빈 정상 수치는 보통 12~13g/dL 이상이지만 요양병원 환자들은 이 수치가 7~8g/dL 이하로 떨어져 응급 수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가장 먼저 신장 기능 저하에 따른 ‘만성 신부전’을 꼽는다. 두 번째는 위궤양이나 대장 게실염 등으로 인해 피가 새어 나가는 ‘위장관의 미세 출혈’이다. 이외에도 만성 질환 빈혈이나 영양 결핍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수혈은 수치가 급락한 환자에게 즉각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응급처치지만 반복적인 수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잦은 수혈은 체내 철분 과부하를 일으켜 심장이나 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면역 거부 반응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수혈에만 의존하다 보면 빈혈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내부 질환을 놓칠 우려가 크다.

응급 수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의료진과 협력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먼저 정기적인 잠혈 검사를 통해 소화기계 출혈 여부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또 조혈제 및 철분 주사 요법의 병행이다. 신장 기능 저하로 조혈 자극 약물을 투여할 때 피의 재료인 철분을 정맥 주사 등으로 함께 공급해 스스로 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고단백 식이 관리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 어려운 환자라면 특수 영양식이나 단백질 수액 등을 통해 조혈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

온요양병원 전기환 진료부원장은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의 빈혈 관리를 위해 단순 수혈을 넘어선 선제적 대응과 근본 원인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기환 진료부원장은 “빈혈은 환자의 기력 저하뿐 아니라 욕창 발생이나 심부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며 “수치가 떨어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피를 채우기보다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원인을 교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