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36% 시대… 외로움과 고독사 해결할 새로운 대안 부상
20대 청년과 70대 어르신 매칭해 안부 확인 및 디지털 과외 진행
병원 동행 등 실질적 보호자 역할하며 세대 간 장벽 허물어
20대 청년과 70대 어르신 매칭해 안부 확인 및 디지털 과외 진행
병원 동행 등 실질적 보호자 역할하며 세대 간 장벽 허물어

가정의 달을 맞아 ‘사회적 가족’을 맺은 참가자들이 부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신천지 부산야고보지파)
가정의 달을 맞은 어느 오후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전시장에 70대 이홍자(71․여․부산 강서구)씨와 20대 대학생 이민성(26․남․부산 사하구)씨가 장을 보러 나섰다. 이홍자 어르신은 채소를 살펴보며 저녁 반찬에 들어갈 재료를 고르고 이민성 씨는 짐을 들고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할머니와 손자 같지만 이들은 한 달 전 신천지 부산교회를 통해 맺어진 ‘사회적 가족’이다.
장을 보고 난 후 오늘의 미션은 어르신의 스마트폰에 병원 예약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민성 씨가 “할머니 여기 화면에 큰 글씨 보이시죠? 이걸 누르면 예약이 돼요”라고 설명하자 이홍자 씨는 “젊은 사람들은 척척 잘해도 우리는 할 줄 몰라서 못해”라며 고개를 돌려 웃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이민성 씨는 한 달에 두 번 이홍자 씨의 집에 들러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반찬 레시피를 배운다. 청년에게는 어르신의 세월의 노하우가 담긴 맛있는 반찬이, 어르신에게는 적막했던 집안을 채워주는 말동무가 가장 큰 선물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5월 가족의 달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의 단면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빠른 고령화와 늦어지는 결혼 및 출산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인해 가구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24년 36.1%로 2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서적 고립감과 고독사라는 심각한 사회적 과제를 낳았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중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62.1%에 달했으며 사회적 고립(13.6%)과 우울증(7.6%)을 호소하는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독사 예방에는 단순한 지원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주변과의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가운데 혈연이라는 전통적 틀을 넘어 자발적인 유대로 맺어진 사회적 가족이 고립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천지 부산교회에서 시행 중인 ‘가족 맺음’ 프로그램은 홀로 사는 어르신과 1인 가구 청년을 일대일 혹은 그룹으로 매칭해 서로의 보호자가 돼주는 실질적인 돌봄 네트워크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을 넘어 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삶의 지혜와 활력을 나누는 구체적인 실천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어르신 가구를 방문해 반찬을 나누며 건강을 살피는 ‘안부 두드림’이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에 서툰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디지털 과외’와 어르신이 인생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인생 레시피’ 공유 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실질적인 도움도 이어진다. 병원 진료나 관공서 방문 등 가족의 동행이 필요한 순간에 사회적 가족이 기꺼이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러한 실천은 참여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박진숙 씨는 “자녀들이 타지로 떠난 뒤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일상을 공유할 가족이 생기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며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청년 정성화 씨는 “처음엔 봉사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진짜 할머니 댁에 가는 것처럼 설렌다”며 “법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우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부산교회 측은 “가족은 이제 타고나는 운명을 넘어 진심 어린 소통으로 만들어가는 선택의 영역”이라며 “가족의 달을 맞아 소외된 이웃이 없는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 내 1인가구를 위한 사회적 가족 매칭과 관계 심화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 사회의 고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적 가족. 혈연보다 진한 이들의 동행이 삭막한 도심 속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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