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환자 3~4일 이내 단기 여행 시 한국 시간 그대로 복용 권장
1주일 이상 장기 여행 때는 하루 1~2시간씩 점진적으로 복용 시간 조정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 (사진제공=온병원)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 (사진제공=온병원)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만성질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시차로 인한 약 복용 리듬의 혼란이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처럼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시차 변화는 갑작스러운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내과 전문의)은 “24시간 복용 간격이 하루에 2∼3시간만 어긋나도 혈중 약물 농도가 불안정해져 혈압 변동, 저혈당,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시차 변화 속에서도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상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자의 해외 이동 시 생체 리듬과 약물 대사 속도의 불일치가 급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혈압이나 혈당은 시차 적응 스트레스만으로도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복용 시간의 정밀한 관리가 정주 여건이 낯선 해외 현지에서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유 센터장은 여행 기간에 따라 복용 전략을 달리할 것을 권했다. 3∼4일 이내의 단기 여행이라면 한국 시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지 시각 오전 8시에 복용하던 약이라도 한국 시간 오전 8시에 알람을 맞춰 복용하면 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복용 리듬이 깨지지 않아 낙상이나 급성 심장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면 1주일 이상의 장기 여행에는 현지 생활에 맞춰 하루 1∼2시간씩 점진적으로 복용 시간을 이동하는 방식이 좋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오전 8시에 복용하던 약을 둘째 날 오전 9시, 셋째 날 오전 10시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단, 인슐린이나 항응고제(와파린), 특정 부정맥약을 복용 중이라면 여행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 새로운 시간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유 센터장은 강조했다.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시차 방향에 따른 대처법이다. 서쪽(미국·유럽 등)으로 가 시차가 느려지는 경우에는 하루가 더 길어진다. 이때는 현지 도착 후 첫날 저녁부터 새로운 일정에 맞춰 복용을 시작하면 된다. 한국에서 오전 8시에 복용하던 약을 미국 도착 후 현지 오전 8시에 복용하는 식이다. 다만 다음 복용까지 간격이 30시간 가까이 벌어질 수 있는데, 유 센터장은 “중간에 반량(半量) 복용을 고려할 수 있으나 반드시 의사의 승인 아래에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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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동쪽(일본·호주 동부 등)으로 가 시차가 앞당겨지는 경우에는 하루가 짧아진다. 이때는 현지 도착 당일 아침부터 새 일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용 간격이 18시간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으므로, 절대 임의로 약을 건너뛰거나 두 배로 중복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유 센터장은 당부했다.

질환별로도 정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당뇨병 환자는 시차 적응 기간에 식전·식후 혈당을 하루 4∼6회 측정해야 하며, 장거리 비행 중에도 측정 가능한 스마트폰 연동 혈당계를 준비해 두면 매우 유용하다. 인슐린 펌프 사용자는 기기 시간대만 변경하면 되며, 경구약은 현지 식사 시간에 맞춰 복용하되 총 1일 용량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자의 경우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등 혈중 농도 유지가 중요한 약물의 복용 간격이 핵심이다. 유 센터장은 “시차 적응 사흘 동안은 집에서보다 혈압을 아침과 저녁으로 두 배 더 자주 재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이뇨제를 복용 중이라면 비행기 착륙 전후 화장실 사용이 잦아질 수 있으므로 복용 시간을 미리 의사와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유용한 팁으로는 스마트폰 듀얼시계 설정, 요일별 알약 케이스 활용(시차 적응 후 라벨 재부착), 시차 적응 앱(Timeshifter, Jetlag Rooster 등) 활용 등이 있다. 장거리 비행 중에는 한국 시간 기준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복용 수칙은 “한 번에 두 배로 먹지 말고, 한 번도 건너뛰지 마라”는 것이다. 만약 약 복용 시간을 놓쳤다면 다음 복용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의사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원격 의료 서비스에 즉시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유홍 센터장은 “모든 약은 기내 수화물에 넣고, 원본 처방전과 함께 영문 번역본을 반드시 준비해 보관하라”며 “특히 와파린, 인슐린, 디곡신 등은 치료 범위가 좁은 약물이므로 시차 적응 기간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