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음주운전 리지, 아직 ‘라방 오열’ 타이밍 아닌데…

입력 2021-09-14 22: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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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면 될 일을 ‘인생 끝났다’고 운다. 편들어 줄 수 없는 행동을 해놓고 동정이나 연민을 희망하는 듯한 말을 쏟아낸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하며 활동명까지 본명으로 바꿨지만, 결국 ‘음주운전 연예인’이라는 셀프로 주홍글씨를 새긴 리지(박수영) 이야기다.

리지는 14일 새벽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리지는 “글로 쓰고 싶었는데, 안 될 것 같아 라이브 방송으로 이야기한다. 너무 죄송하다. 많은 분에게 실망을 안겨 정말 죄송하다. 다만, 기사님이 그렇게 다치지 않았는데 보도가 그렇게 나가더라. 사람 죽으라고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다가 한 번쯤 힘들 때가 있지 않나. 지금 이 상황이 그렇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는 말도 하더라. 내가 너무 잘못했고, 죄송하다. 더는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 인생은 끝났다”며 오열했다.

앞서 리지는 지난 5월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리지는 5월 18일 밤 10시 12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 인근에서 만취한 채 자신 차량을 몰고 가다가 앞서가던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는 추돌사고를 냈다. 음주 측정 결과 당시 리지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했다.

다행히 비교적 가벼운 접촉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리지와 택시 운전자 모두 큰 부상이나 건강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지 차량에 동승자는 없었다. 리지는 음주운전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리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첫 공판이 열린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당시 소속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배우 리지 관련해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 심려를 끼쳐 깊은 사죄한다. 당사는 18일 밤 리지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된 행동으로, 당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리지 본인 역시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배우의 철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전했다.

큰 인명 피해가 없었고 재발 방지가 확실하다면 이미지 타격은 있지만, ‘죽을 죄’로 몰아갈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리지를 향해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가 과거 내뱉은 말 때문이다. 시쳇말로 음주운전에 ‘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을 외친 리지다.



리지는 2019년 tvN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 종영 당시 인터뷰에서 가장 분노하는 일이 음주운전을 발견할 때라고 했다. 리지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제2의 살인자다. 음주운전 차량을 보면 112에 바로 신고한다. 돌이킬 수 없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라며 “(술집에서)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술을 나눠 마시던 지인이 음주운전을 할 것 같으면 그 자리에서 ‘대리 기사를 부르라’고 잔소리한다. 내가 직접 전화해 대리 기사를 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지는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으면 바로 신고한다. 경찰이 이동 경로를 물으면 정확하게 설명한다”며 “적발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음주운전하는 꼴을 절대 놔둘 수 없다.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음주운전을 보면 화가 난다. 분노하게 된다. 대리기사 비용 2만 원이 아까워서 음주운전을 하면 되겠나 싶다. 자기 아까운 인생 날리는 것도 한심하고, 음주운전 사고 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너무 싫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 리지는 음주운전을 행했다. 그래놓고 첫 공판을 앞두고 라이브 방송에서 ‘인생 끝났다’고 운운한다. 비상식적인 댓글 등을 작성하는 이들도 문제지만, 그런 글에 감정 소모하며 대중에게 동정과 연민을 읍소하는 리지 행태도 볼썽사납다. 자숙은 조용히 하는 것이다. 라이브 방송으로 사과와 인사를 전하더라도 현 시점은 아니다. 재판 끝나고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뭐가 그리 급히 꽃단장까지 하고 ‘눈물쇼’라는 비아냥까지 듣나.

리지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가 된 일에 대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다. 온전하지 못한 댓글(비상식적인 악성 댓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리지가 앞으로 반성하면서 잘 살아가는 길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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