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약칭 블랙)에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미담의 주인공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대국민 사기 끝에 살인까지 저지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행적을 재조명하며 삐뚤어진 심리를 낱낱이 분석했다.
17일 방송된 ‘블랙’에서는 가면을 쓴 두 얼굴의 잔혹 살해범 이영학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영학은 중학교 2학년 딸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범행대상을 물색한 후, 한 친구를 지목해 집으로 데려올 것을 지시했다. 2주간의 설득 끝에 결국 딸은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했고, 아버지 이영학의 지시대로 친구에게 음료와 감기약으로 위장한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했다. 피해자가 잠들자 딸을 밖으로 내보낸 이영학은 끔찍한 성추행을 시작했고,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가 강력하게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런 극악한 범행을 저지른 이영학은 지난 10여 년간, 자신과 같은 희소병을 앓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딸바보’, ‘천사 아빠’로 불려온 미담의 주인공이었기에 범행 사실이 드러났을 때 대중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영학은 잇몸과 치아 뿌리의 백악질에 거대한 종양이 자라는 희소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두 돌도 안 된 딸이 ‘거대백악종’ 진단을 받자, 여러 방송 등에 출연하며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집했다.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은 전 국민의 마음을 울렸고, 이영학이 받은 후원금은 개인계좌로 받은 것만 12억 8000여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중 정작 딸의 치료비로 쓴 금액은 706만 원에 불과했다. 거액의 후원금은 이영학 본인의 쌍꺼풀 수술, 성기 변형 수술, 전신 문신 시술 등에 사용됐고, 스무 대의 자동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영학은 이 밖에도 가족 명의로 구입한 차를 본인 차로 부딪치는 허위 교통사고 등으로 7년간 약 3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그의 악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영학은 지속적으로 아내를 폭행했고, 1인 불법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아내의 성매매 현장을 불법 촬영해 그 영상을 판매까지 했다. 아내는 이영학의 계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영학은 성폭행 증거를 만들기 위해 다시 시부와 성관계를 맺고 올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스스로 자택 창문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고, 이후 이영학의 엽기적인 행동은 더욱 심하게 이어졌다.
그는 아내의 사망소식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내의 시신을 직접 염하고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영상을 한 방송사에 보내 방송하는 조건으로 3500만 원의 장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장진은 “아내의 몸에는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라고 충격적인 사실을 덧붙였다. 아내 사망 3일 만에 이영학은 “동거인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변태적인 성욕을 아내에게 풀어왔고, 아내가 사망하자 대신할 존재를 물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영학은 통제가 쉬운 어린 나이의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가출한 것처럼 위장하려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영학의 딸은 유인책이자 조력자가 되어, 죽은 친구의 시신을 유기하는 것까지 도왔다. 이에 최귀화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이제 다 가짜처럼 느껴진다”라며 경악했고, 게스트 김정화도 “상상도 못했다”라며 충격에 빠졌다. 권일용은 “아내와 딸은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딸은 아빠만이 자신을 살려줄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지배된 상태였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실종을 수사하던 경찰이 결국 이영학 부녀를 검거하며 세간에 범행 일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영학에게 무기징역을 최종선고했다. 이영학은 법정에서도 “검사가 저를 때리려 했다”, “아내를 모욕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고, 43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형이 확정된 이영학은 반성은커녕 딸에게 “책을 쓰고 있다. 우리가 복수하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해, 이 내용을 들은 최귀화, 김정화를 착잡하게 했다. 권일용은 이영학에 대해 “교화 가능성이 단 1%도 없는 자”라며,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현실을 참담해 했다.
장진은 “흉악범들이 존재하는 한 범죄자들의 검은 속내를 밝혀내는 우리의 노력 역시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의 이야기를 끝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