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엄청나지!…세계관 확장 기대돼 (종합)[DA:스퀘어]

입력 2023-03-18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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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지’라는 대사가 착 달라붙는다. 배우 송혜교가 그렇다.

글로벌 화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존재감 없던 학교 폭력 방관자가 피해자가 되고, 다시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복수로 가해자가 되는 이야기다. 짓밟힌 인간 존엄성을 되찾는 희망찬 설정은 없다. 화해와 용서도 없다. 평범한 복수도 생략한다. 오직 학교 폭력 가해자가 메말라가는 과정을 보고픈 이미 메말라 버린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만 존재한다.

이 처절한 복수 서사를 이끌어가는 이는 학교 폭력 피해자이자 진짜 어른이 목말랐던 문동은(송혜교 분)이다. 핏기 없는 얼굴에 저승사자보다 더 저승사자 같은 무채색 의상을 줄곧 입는 문동은은 말투조차 메마르고 차갑다. ‘더 글로리’ 파트1에서 천천히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향해 복수 포위망을 좁히던 문동은은 파트2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자신이 살았던 지옥과 또 다른 지옥을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쓰리고 아팠을 평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문동은 인생을 오롯이 연기로 표현해 낸 송혜교에게는 재평가가 시급하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극본 오수연 연출 윤석호)로 ‘눈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송혜교는 20여 년간 멜로 장르에 특화된 배우로 주목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휴머니즘 등 다양하게 장르 변주를 시도했지만, 송혜교를 향한 타이틀을 항상 ‘멜로의 여왕’, 로맨스 전문 배우였다. 멜로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톱스타로서 캐스팅 0순위지만, 다른 장르에서는 송혜교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부담감이었다. ‘과연 송혜교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섞인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송혜교 연기력은 저평가됐다. 비슷한 연기, 비슷한 느낌만 준다는 평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저평가는 ‘더 글로리’ 이후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송혜교 세계관에 멜로 외에 장르물이 추가된다. 여기에 연기력에 대한 저평가도 사라진다. ‘송혜교라서 안 본다’가 아니라 ‘송혜교 어떻게 변신할 이제 기대된다’는 평가와 반응이 지배적이다. 스타성도 엄청난데 세계관 확장까지 엄청나다. 그동안 예쁘고 우아하고 아름다움에만 치중된 이미지를 벗고 선 굵은 연기로 송혜교 세계관은 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대중 갈망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차기작인 ‘자백의 대가’(극본 권종관 연출 심나연)는 벌써 기대작으로 꼽힌다. ‘자백의 대가’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두 여성의 핏빛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 외에 또 다른 주인공으로 한소희가 낙점돼 촬영을 앞둔다. 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 연출 심나연)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심나연 감독이 참여한다. 올해 제작에 들어가 내년 공개를 목표로 한다.





이제 광고와 화보에서만 아름다운 송혜교는 없다. 연기까지 아름다운 송혜교가 존재할 뿐이다. 송혜교가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은 ‘더 글로리’ 속 문동은의 핏빛 복수 과정만큼 순탄치 않지만, 결과만큼은 확실하고 엄청날 것이다. 지금껏 톱스타로 존재하고 군림한 여제 송혜교가 배우 송혜교로 다시 ‘장르 왕정’을 시작한다. 그 시작은 ‘더 글로리’였고, 확장은 ‘자백의 대가’다. 엄청나기만 할 여제 송혜교의 ‘장르 통치’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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