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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가가 지적하는 ‘말하는 법’을 굳이 수용해야 할까. 입을 열수록 궤변만 늘어놓는 시인 겸 문화평론가 김갑수 이야기다.
김갑수는 1일 팟빵 ‘정영진·최욱의 매불쇼’(약칭 ‘매불쇼’)에 출연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이야기 도중 “쓴소리하려고 한다. 우리가 스피치가 딸려서 모든 시상식에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건 포기 상태다. 8~90% 거의 전 수상자가 ‘OO에게 감사합니다’였다. 진심은 개인적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거냐”며 “스피치되지 않는 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와서 그렇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박은빈 씨 대단한 배우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그런데 울고불고 코 흘리면서, 시상식이 아니라 타인 앞에서 감정을 격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갑수는 “아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박은빈이) 호명이 되니까, 무대에 나오기까지 30번 이상 절을 하면서 나오더라. 이게 무슨 예의냐. 그러다가 자빠지고, 엉엉 울고 품격이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 18살도 아니고 30살이나 먹었으면, 송혜교 씨에게 배워라”면서도 “대상 수상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배우로서는 훌륭하다”고 이야기했다.
난데없는 박은빈 수상 태도 지적에 온라인은 들끓었다. 대부분 깁갑수 발언에 대한 비판과 질타,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갑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궤변이었다.
김갑수는 iMBC 연예와의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상관없다. 다만 박은빈은 내 이야기의 소재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너무 자기감정 절제의 미덕이 없이 마구 토로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시상식의 경우에 두 가지를 지적한 것이다. 하나는 스피치 내용이 없고, 개인을 향한 감사 인사만 반복된다는 부분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최소한의 감정 억제가 필요하다. 스스로 감격한 것을 눈물로만 드러내는 것이 너무 일반화되어 있다. 박은빈을 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대상 수상자고, 가장 드러난 인물이라 예시로 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갑수는 “그날 ‘매불쇼’에서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연예 산업은 세계인의 눈에 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번 시상식은 특히나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스피치 내용도 없고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코를 훌쩍거리고, 꾸벅꾸벅 절하는 모습을 세계가 지켜본다는 점을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스피치 내용 속에 개인적으로 감사한 사람을 향한 이름만 나열하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 행사 다음날 전화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활동 영역에 대한 생각이 있을 거 아닌가. 사회적 발언도 가능하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갑수는 박은빈을 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18살도 아니고 30살이나 먹었으면’, ‘30번 이상 절하면서 자빠지고 엉엉 울고’, ‘울고불고 코 흘리면서’ 등은 김갑수가 박은빈 대상 수상을 언급하면서 했던 말들이다. 조롱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언사들이 과연 공격이 아닐까. 박은빈이 범법 행위나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만한 행동을 한 인물도 아니거니와 연기력으로 구설에 오른 배우도 아니다.
그런데도 김갑수는 박은빈 대상 수상을 조롱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꿰맞추기 위해 박은빈을 이용했다. 이렇다 할 미안함을 드러내거나 공개 사과하지 않았다. 박은빈 나이를 지적하며 ‘말하는 법’을 운운한 김갑수는 환갑(만 64세)이 지났음에도 책임감과 아량, 겸손을 찾아볼 수 없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김갑수는 궤변만 농익었을까. 문인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다면 본인부터 ‘말하는 법’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