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수진 감독 “‘우상’은 낯선 상업영화, 매번 마블만 볼 수는 없잖아요”

입력 2019-03-20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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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이수진 감독 “‘우상’은 낯선 상업영화, 매번 마블만 볼 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우상’이라는 영화 제목 때문에 저희 영화가 포장돼 있는 것 같아요. ‘우상’이 누구인가에 국한해서 볼 것이라서요. 소재에 국한하기 보다는 하나의 장르로 봤으면 해요. 전체를 감상한다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독립영화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수진 감독은 ‘우상’을 상업 영화라고 소개, “장르 영화로 접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라고 편견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한공주’ 때보다 큰 자본으로, 상업적인 시스템 속에서 만들었어요. 하지만 예산의 차이만 있을 뿐, 쏟아낸 에너지만큼은 여유롭지 않았죠. 또 이야기 구성이 기존 상업 영화와는 달라요. 상업 영화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냈죠. 과연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인지를 고민했고, 나름의 확신이 섰습니다.”


이수진 감독은 자본과의 타협을 ‘책임감’이라는 단어로 대신했다. 그는 “‘한공주’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보니 우려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만든 영화이지 않나. 손해 끼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라며 “나와 스태프, 배우들이 멋부림이 아닌, 공 들여 찍은 영화이고 관객들에게도 이 진심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고, 문제가 있는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담았어요. 하지만 소재에 국한하기 보다는 하나의 장르로서 봤으면 해요.”



‘은유가 많고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데 대해선 “불친절한 정도도 상대적인 부분이다. 누군가는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누군가는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고 감독으로서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여백으로 남겨놓은 부분은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은 캐릭터의 전사를 보여주는데 ‘우상’은 사건으로 시작해서 계속 진행돼요. 낯선 전개지만 그 낯선 느낌을 즐겨주세요. 우리가 매번 마블 영화만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해외 영화제에 다녀온 영화라는 선입견, 아니면 저 이수진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면 장르로서 즐길 수가 없을지도 몰라요. 메시지는 강요하기 보다는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이수진 감독에 따르면 ‘우상’은 설경구가 분한 유중식 캐릭터에서 출발한다. 감독이 가장 공들인 이 인물은 ‘소시민인 나의 아버지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이수진 감독은 설경구 뿐만 아니라 한석규, 천우희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한석규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고 첫 만남에서 받은 인상이 상당히 좋았다. 한석규가 ‘우상’의 이야기를 좋아해준 점이 감독으로서는 뜻 깊다”라고 상기했다.

“‘한공주’ 이후 재회한 천우희 배우의 경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우상’ 내용의 절반이 련화를 찾아가는 이야기거든요. 기성 배우를 캐스팅하면 홍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련화 역할에는 무명 신인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천우희가 해야겠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줬더니 ‘나 아니면 누구한테 주려고요? 여배우들 이 역할 안 해요’라고 했죠. 련화 캐릭터를 좋아해줬어요. 여자로서 눈썹을 밀어야해서 미안했고 저도 같이 밀어버렸습니다. 눈썹이 안 날까봐 불안해하기에 ‘안 나면 내가 심어주겠다’고도 했죠.”


이수진 감독은 “내가 만든 영화지만 나조차도 어떤 ‘우상’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이러니한 답을 이어갔다.

“몸에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술, 담배가 저의 우상일 수도 있어요. 또 누구나 살아가면서도 타협해야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큰 것을 얻으려고 불의를 모른 척 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저는 관객들이 ‘우상’을 보고 ‘나에게는 어떤 우상이 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끝으로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해 향후 연출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차기작 구상은 아직이에요. ‘우상’이 관객들 잘 만난 다음에 쉬고 나서부터 설계를 시작하지 않을까요. 제 작업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항상 관심을 둔 장르가 있긴 해요. 뮤지컬.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로 떠오른 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예전에 ‘어둠 속의 댄서’라는 뮤지컬 영화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잘 찾아보진 않는데 나만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긴 합니다.”

'우상'은 3월 20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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